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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 몽상가 Jan 04. 2022

그렇고 그런 부부 사이

13년의 짬밥


우리 부부는 연애까지 도합 17년,

그리고 알고 지낸지는 약 23년즘 된다.

우리는 서로 고등학교 때 나는 너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너의 존재조차 몰랐다, 너는 축에도 못 꼈다!!’라고 서로 무시하며 13년을 함께 사는 중이다.


아이 수영 클럽에 다녀오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온타리오 주는 벌써 방학 2 연장 온라인 수업을 발표했고, 타주 역시 1 연장에 추가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 #CBCradionews에서 떠들어댔다.

아이는 개학날이 더 미뤄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실망을 하였고, 나 역시 아이와 실랑이할 날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실망과 동시에 짜증이 났다.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 동일할 것이,

이 상황에 학교에 보내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집에 데리고 있기도 그렇고… 대부분 그럴 것이다.


남편의 #Redseal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크리스마스와 뉴 이얼의 롱위 캔으로, 셋이 아니 강아지까지 넷이 몇 날 며칠을 붙어있었더니 진짜 짜증이 단전부터 정수리까지 솟아올랐다.


그런 찰나에 애는 애대로 게임 타령, 아빠는 틈만 나면 서재방에 가서 게임, 개는 개대로 놀아달라 징징대니 집에 #수컷만 셋 홀로 여성인 나는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우선 밥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또 배고프다는 그 현실을 감당하기가 벅찼다.


그 와중에 남편은 평소에 영양제를 스스로 잘 챙겨 먹는 사람이 아니기도 할뿐더러, 내가 챙겨줘도 마다하는 일이 일상다반사 인 사람인데…

3일을 연장으로 쉰 사람이 출근하기 하루 전 오늘 밤, 갑자기 몸이 별로라는 거다.


아니 여태껏 ‘잘 자고 잘 놀고 잘 먹고는, 저 게임할 것도 실컷 하고 침실에 들어와서는 자려고 하니 몸이 별로야?’와 동시에 든 생각이…

오늘 온종일 혼자 아침밥에 설거지 후, 애 미용실에, 미친 듯이 붐볐던 코스코 쇼핑에 또 점심 먹인 후, 구몬과 수영 라이드를 하느라 이 추운 날 두 시간을 차에서 버티다 온 사람을 두고…

집에서 게임만 하시느라 피곤하셨는지 3일의 휴무 중 하필 마지막 날 밤, 컨디션이 왜 안 좋으시다는 걸까…!? (비꼼의 존칭)


침대에 누워서는 약을 찾으시길래..

오늘 온종일 모든 냄새에 비위도 상하고, 진정 컨디션인 별로였던 나는, 잘 당기지 않는 와인 한 잔을 침대에서 혼자 홀짝거리다가..

(평소였음 ‘실컷 잘 놀고, 이제 와서 무슨 컨디션 타령이야??’라고 타박을 하였겠지만…)

술이 좀 오른 덕에 아주 지혜롭게(?) 멀티 바이타민 한 알을 물과 함께 대령하며

‘타이레놀이야, 먹고 오늘 밤 푹- 자고 나면 금세 나아질 거야…!’ 라며 위로 섞인 거짓말로 약을 내밀었다.

나의 머릿속에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유급 5일 휴가 및 컨디션이 별로인 경우 자가 진단 및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기에..

어떻게든 출근을 시켜야 했거든-


부부가 살 부대 끼며 13년을 살다 보니,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때와 아닌 때를 적당히 추려 낼 줄도 알고…

더불어 어쩔 때는 분위기 봐서 비위를 살살 맞춰줘야 하는지, 아니면 개무시해도 되는지… 도 분간이

되더라!


나는 이렇게 철이 들어가는데,

너는 어쩜 여전할까… 싶은 게..

참 부부 사이라는 게 그렇고 그렇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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