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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nnjoy Feb 12. 2024

몇번의 절망이 있을진 모르지만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도겸 - 행운을 빌어 줘 (원곡: 데이식스 원필)
앞으로 총 몇 번의 몇 번의 희망과
그리고 또 몇 번의 몇 번의 절망과
차가운 웃음 혹은 기쁨의 눈물을
맛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나는 세븐틴 팬이고(최애: 도겸)

(앞으로도 후기 글 많이 쓸 예정),

진짜 왠지 모르지만 이 커버를 엊그제 처음 보았다…

(왜 그랬어…. 왜……..)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산다는 게 참 어느 때는 땅굴까지 파고들 정도로 암울하고, 또 어느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 행복하기로 마음 먹을 에너지조차도 없어져서,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남들이 뭣 때매 힘들든 내가 뭣 때매 힘들든, 내 자신의 삶과 타인의 삶 모두에 그러려니 관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게 되는 때가 오는 것 같다.


일이든 관계든 뭐든, 내 인생에서 마주치는 모든 걸 희망 삼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정신차려보니 되게.. 그러려니 살고 있는 인간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세월’이라는 관성에 지지 않고 여전히 어릴 적부터 변치 않고 희망이나 사랑을 간직해온 사람들이 부러웠고 또 본받고 싶었다.


내가 세븐틴을 좋아하게 된 건 딱 그 때였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챕터, 그러니까 그냥 숨 쉬는 것도 힘들던 챕터를 꾸역꾸역 지나, 마침내 아무것도 재미가 없어지고 죽으려는 의지도 살려는 의지도 없어졌을 때, 딱 그런 때였다.


잘 생겼다, 춤 잘춘다, 무대를 너무 잘한다, 이걸 넘어서 이들을 내 삶의 원동력 중 하나로 여기게 됐던 건 23년도부터. 세상에 이것밖엔 없다는 듯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그 마음이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 그렇게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오다 “음악은 우리의 숨이니까, 위험하지 않아 그냥 들이키자”라는 가사를 써냈을 때 눈물이 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에게 없음과 동시에 그들에게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건 사랑이었다. 분명 힘들텐데, 늘 그들만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아 정말 서로에게 서로밖에 없어서, 이런 사랑을 가르쳐준 사람이 서로겠구나 하고, 언젠가 나한테도 그런 존재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하길 원했다. 사랑은 늘 내 인생의 코어였으나, 아무것도 따라주지 않았기에 누군가 나에게 행운을 빌어주길 원했다. 나도 나 자신에게 행운을 빌고 싶었다. 원했다는 말이 부족할만큼 간절히.




그래서인지 이 커버를 들었을 때, 아.. 딱 도겸이스러운 노래다 싶었다. 댓글 중에 “노래하며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울컥했어“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도 그랬다. 자기가 잘 하는 일을 하며 즐거운 사람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게 너무 부럽고, 또 내 인생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바라게 됐다.


나는 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행운을 빌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행운을 빌어주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어렸을 땐 내가 사랑하고자 마음 먹으면 그만인 일이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다. 행운을 빌어주고 사랑하는 데도 많은 전제조건이 필요했다.


상대가 날 사랑한단 보장이 없어도 나는 늘 사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만큼 나에게 돌아올 몫이 있다는 걸 알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순수히 행운을 빌어달란 말, 그만큼 나도 너에게 행운을 빌겠다는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마음이었다.


그래서 이 노래가 이렇게나 마음이 아픈가 보다.




아무쪼록 행운을 빌어 줘
내 앞길에 행복을 빌어 줘


그럼에도 행운을 빌게.

힘든 일이지만 내가 너의 행복을 빌어야 비로소 행복히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나도 네 행복을 빌어주지 뭐. 그럼 나도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너와 내 삶에 몇 번의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고

더 두려운 건,

너와 내 삶에 몇 번의 절망이 더 있을지도 몰라서,


이걸 아는데도 서로 행운을 빌어줄 수 있을 만큼의 그릇이 되길 바라면서, 나도 언젠가 아무렇지 않게 널 위해 이런 행운을 빌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또 언젠간 내가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베풀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그냥저냥 살지 뭐. 이런 마음이

드는 것만으로도 우리 시간이 나한텐 중요했나보지 체감하면서


그냥 그렇게 행운을 빌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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