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ennjoy Feb 15. 2024

고별사

윤종신 - 나이

날 사랑해 난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
이렇게 떠밀리듯 가면
언젠가 나이가 멈추는 날
서두르듯 마지막 말 할까 봐
이것저것 뒤범벅이 된 채로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널 사랑해
날 용서해 지금부터



01

20대 끝자락 어느 날의 고별사


안 되는 걸 알고 되는 걸 아는 거, 그 이별이 왜 그랬는지 아는 거, 나이를 먹어갈수록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게 꼭 기쁘지만은 않았다.


나이는 꼭 내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와 같다더라. 내가 날 방어하려 내뱉은 날선 말들 끝엔 늘 외로움이 남았고, 두렵다는 핑계를 대며 아낀 말들은 입술 끝에 아쉬움으로 남아 지난 날들을 수없이 복기하게 만들었다. 떠밀리듯 살다보니 평생 몰랐음 했던 내 약한 부분까지 다 알 수 있는 나이가 돼버린 거지.


우리의 지금에도 언젠가는 마지막이 찾아올텐데, 그거 하나만은 여전히 알지 못해서 해야 할 말은 아끼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내뱉었다. 성의 없는 충고는 당신을 더 아프게 만들었고, 망설이는 마음에 쓰다듬어주지 못했던 순간들은 아프게 남았다. 당신이 날 안아주었을 때 그래도 세상 살아볼만 하겠다 용기를 얻었음에도 나는 당신을 안아주지 못했고, 부정할 구석 없는 지난 시간들이 원망스러워 종극엔 나 자신을 원망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그래 나는 아직도 이 말 한마디 써내기까지 세 문단을 거쳐야 하는 비좁은 인간이라, 언젠가 내가 늦지 않게 마음을 건내는 사람이 될 수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조금만 더, 내 옆에서 조금만 더 있어 달라고

그렇게 말할 것 같다.



02

삶의 끝자락 어느 날의 고별사


그래, 생각해보면 채 두 자리를 넘기지도 못한 채 끝날 시간인데 늘 그렇게도 두려워 했었지.


여전히 두려운 게 있다면, 정말로 내 세상이 끝날 때까지 한순간도 제대로 사랑한 적이 없을까봐, 그게 두렵다.


사랑해 용서해 내가 잘못했어,

늘 혼자라 생각해 내뱉은 날선 말들에도 하얗게 웃어주었던 당신에게 내가 잘못했고

늘 혼자라 생각해 저 멀리 어딘가 떠나버린 당신에게 내가 잘못했고


그리고 스스로 늘 혼자라 생각했던 내 자신에게도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내게 사랑할 시간이 주어지길

매거진의 이전글 몇번의 절망이 있을진 모르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