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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ennjoy Aug 11. 2024

재난에서 우리를 건져올리는 법

세븐틴 - Even if the world ends tomorrow


만약에 말야 세상의 마지막 밤이 온다면
난 널 위해 뭘 할 수 있나 상상했어



재난같은 삶에 떠밀려 가며 이렇게 생각한 적 없나요?

오늘 밤이 세상의 마지막 밤이었으면 좋겠다-


삶은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가득합니다.

이왕 사는 삶, 꽃처럼 예쁘고 향기로운 것들로만 가득하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재난같은 상황, 재난같은 상실, 재난같은 감정,

그 모든 재난 속에서도 가장 괴로운 사실 하나는-

결국 상황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라는 점일 겁니다.


왜 우리는 서로를 끝없이 괴롭게 할까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아니 어쩌면 내 감정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각자의 선택을 애꿎은 상황 탓으로 돌리며 그래 어쩔 수 없었다, 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위안도 해보지만 결국 알게 되죠,


상황은 늘 우리 삶을 관망하듯 멀리서 바라볼 뿐-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오로지 우리의 몫이라는 걸. 그리고 우리는 높은 확률로 나쁜 선택을 한다는 걸.



이 재난같은 세상이 끝나는 날, 당신을 위해 마지막 춤을 추겠다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마지막까지 당신의 미소 하나만은 꼭 지키고 싶다는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래서 정말로 세상의 마지막 밤이 온다면

내가 전하고 싶을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얼마 전에 배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선택’이라 함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라는 점이요.

그러니 당신이 날 아프게 할 동안 당신은 날 행복하게 만들어줄 기회를 포기한 것이고, 당신이 내게 거짓말을 할 동안 당신은 내게 진심을 전할 기회를 포기한 것이겠죠. 그리고 당신이 누군가를 죽이는 삶을 택하는 동안만큼은, 누군가를 살리는 삶은 결코 살 수 없겠죠.


우리가 굳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기 위해 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까요? 방어의 동의어는 공격이라던데, 나 자신을 방어하겠다는 명목 하에 꼭 누군가를 다치게 해야만 할까요? 어차피 우리는 당장 1분 1초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내 선택이 나 자신을 얼마나 아프게 할지 두렵다는 이유로 대신 남을 아프게 하면서 사랑하길 포기해야 할까요.


우리의 지금이 쌓여 삶이라는 긴 흐름을 만들텐데,

지금부터라도 상처 받았다는 이유로 상처 주던 악순환을 끊어낸다면 우리 인생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재난같은 삶 속에서 상처 받는 일은 불가피합니다.

우리는 인간이라 불완전하고, 불완전한 인간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 덕분에 높은 확률로 나쁜 선택을 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상처 입은 마음으로도 사랑을 택하는 것이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극복’ 아닐까요.

증오는 오히려 쉬운 태도라고 합니다. 별다른 노력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는 반응이기 때문에요.


나의 선택으로 적어도 내 인생에서 마주치는 100명 안팎의 사람들에게만이라도 행복을 빌어줄 수 있다면, 그로부터 시작해 세상에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도 점점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같은 상황, 다른 선택-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


이미 걸어온 길을 평가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앞으로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심을 희생하지도 않고, ‘지금’의 선택과 힘을 믿고 견디는 것- 그렇게 사랑할 줄 아는 인간으로 남는 것. 이 세상이 끝나는 날에도 당신을 위해 마지막 춤을 추겠다는 건 아마도 이런 마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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