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02일 일기
추석을 맞이하야 집에 왔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 막 새벽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주방 조명을 흰 색으로 바꾸자고 한 말을 취소하며,
따뜻한 노랑 조명 아래 차를 우리며
가만이 집을 둘러봅니다.
서성이다, 거실에 앉아 약간 스트레칭도 해보고,
왜인지 모를 우울함과 적막감을 느끼며 주방에 들어왔습니다.
엄마의 손 때가 하나 하나 묻은 찬장을 살펴보며
항상 깨끗하게 할 수 없는 집이란 공간에 대해 생각합니다.
맛이 덜 든 사과로 뱅 쇼를 할까 생각하며
계피를 찾아 집안 구석 구석을 뒤적이다
엄마만의 질서가 있는 찬장 하나 하나의 이야기를 발견했습니다.
이제는 팔도 아프고...
모든 것을 챙기기엔 집이 너무 넓고...
가스레인지 아래를 닦으며 엄마의 손 때가 묻은 집에 대해 생각합니다.
자기 전 엄마를 불러
이것 저것 집 안 바꿔야 할 것들을 설명했습니다.
뒷 베란다 쓰레기통도 바꿔야겠고, 엄마 화장대도, 드라이기도 바꾸고 싶고
뒷 베란다도 좀 정리하고 싶고 ... 화장실 곰팡이도 제거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엄마가 웃으며 뒷 베란다 그 쓰레기통 언제적 것인지 아냐고 묻습니다.
내 방에 걸린 내가 다섯 살 때 그린 그림을 가리키며, 저 때도 있지 않았을까- 라고 대답하니
맞다고 그럽니다.
무심함과 돈이 없다는 핑계로 일 년에 한 손에 꼽도록 집에 자주 오지 않는
내가 바라보는 집의 모양과
매일의 일상인 엄마가 바라보는 집의 모양은 그렇습니다.
엄마가 대전 자취방에 찾아올 때 마다,
이건 왜 이렇냐, 저건 왜 저렇냐며 하나하나 더 살기 쉽게 집을 바꿔 주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엄마의 손길이 거쳐지니 역시 자취방이 더 살 맛 난다고 했던게 기억납니다.
엄마 삶의 터전을 내가 바꿔도 되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엄마가 약간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정도로만
나도 이 집에 내 흔적을 조금 남겨 놓고 싶은 욕심인가 봅니다.
엄마가 봄 날 덖어놓은 어린 뽕잎차가 다 우러났습니다.
by 꾸꾸까까세계여행. 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