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세종·충북권 전문가 리뷰
이 글은 충북문화재단 2021년 <청춘마이크> 결과자료집에 실린 내용으로, 양해를 얻어 옮겨 실었습니다.
‘청춘마이크’의 연결역량, ‘메타버스킹’(Meta Busking)
지난해 전문가 리뷰를 작성한 것을 계기로 올해도 ‘2021년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세종·충북권 사업’(이하 ‘청춘마이크’) 전문가 리뷰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주제를 고민하다가 문득 떠올린 단어는 ‘메타버스킹’(Meta Busking). 사전에도 없는 ‘메타버스킹’이라는 표현은 요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회사명을 바꿀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에서 착안했습니다. 버스킹(Busking)이 가능한 문화 공연팀을 선발하는 ‘청춘마이크’의 선발 조건과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의 패러다임이 온·오프라인으로 급속히 확장되는 상황 속에서 2021년 ‘청춘마이크’ 사업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키워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를 거듭하며 지속되고 있는 본 사업의 연결성과 지속가능한 공연 무대를 청년 문화예술인들과 지역 사회에 제공한다는 기획으로 시작해, 예측하기 힘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2021년 ‘청춘마이크’의 불은 밝혀졌습니다. ‘청춘마이크’를 통해 발굴되고 성장하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 ‘무대’를 펼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은 여전히 본 사업의 중요한 핵심 목표 중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올해 ‘청춘마이크’를 바라보는 필자의 관점에는 ‘경계 허물기’, ‘초월’(Meta)의 필터가 하나 더 추가됩니다. 가상세계로 ‘청춘마이크’를 확장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사업 수행 주체들의 ‘경계를 넘어선 연결’과 온·오프라인을 넘나 드는 공연 무대, 참가자와 대중이 최대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만나게 하는 일종의 ‘초월’(Meta)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58개팀, 260회의 무대
2021년 문화가 있는 날 <청춘마이크> 세종·충북권 사업은 코로나19를 뚫고 선발된 58개 팀이 260여 회의 공연으로 대중을 찾아갔습니다.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등을 찾아다니며 이뤄진 청춘의 무대들이 ‘코로나19’의 살얼음 같은 시국을 살피며 더 조심스럽게 ‘대면’ 공연을 이어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위드 코로나’로 가는 희망 속에서 가능했던 이런 과정들을 통해, 지역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무대를 세우고, 공연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명백한 성과도 함께 이루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공연의 양적 공급과 문화예술 공연 인프라가 가동되는 기회가 그만큼 많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선정된 청년 문화예술인들은 공연을 위해 시간을 쓰고, 열정을 담고, 꿈을 꾸었을 것을 생각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가 더 클 거라는 생각입니다. 코로나 시국에 이런 공연마저도 없었더라면 어찌했을까 생각하면 팍팍한 일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대면을 그리워하며 ‘청춘마이크’ 플레이어들
다른 시도와 달리 ‘대면 공연’으로 대중을 찾아갔던 세종·충북권의 ‘청춘마이크’는 철저한 방역 지침 속에서 잘 관리된 현장의 열기와 지나는 행인들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서 대중들이 얼마나 ‘대면 공연’에 목말라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공연의 기회마다 200만원 남짓의 비용을 지원받게 되는 ‘청춘마이크’ 사업은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예술인고용보험의 가입 대상이 되게 하면서 고용의 기회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전업으로 활동할 수 있는 로컬 시장이 아직 역부족인 상황에서 ‘직업인’ 공연자로써 진입을 돕고, 그 안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다는 것은 크지 않은 지원금에 비추어 보면 참 귀한 마중물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평가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청춘마이크’라는 기획사!
‘청춘마이크’ 사업은 공연자 입장에서, 기획자 입장에서, 지원기관 입장에서 각자의 역할을 어느 정도 찾은 것 같습니다. 역할을 찾았다고 했지만 달리 말하면 각자의 기계적 역할 안에 머물고, 관행적인 루틴 속에서 운영의 창의성과 사업의 정체성이 더 빛날 기회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 보고 싶습니다. ‘청춘마이크’ 사업을 연예인 ‘기획사’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획사들이 하는 전체적인 역할 안에는 선발, 교육, 성장, 경쟁, 사업화, 브랜딩, 마케팅 등 일련의 비즈니스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작업들이 일사불란하게 끝임 없이 반복됩니다. ‘청춘마이크’ 사업이 운영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사업의 ‘성과지표’를 좀 더 명확하게 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서 전체 사업의 참여 주체들이 보다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참여 주체들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청춘마이크’는 ‘3인4각 게임!
‘청춘마이크’는 대중의 문화 향유를 말하지 않더라도, 청년 문화예술인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직업인’으로써의 가능성을 찾게 하며, ‘아티스트’로써의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주는 멋진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사업 설계만 잘 이뤄졌다고 이 모든 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아니겠죠. 올해 ‘청춘마이크’ 현장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급변하는 현장 상황에 대응하는 게 큰 과제이기도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바뀌는 다양한 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원기관과 기획사의 노련함도 문화 공연 콘텐츠의 공급자와 수요자 입장에서 ‘청춘마이크’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무려 58개 팀에게 260회의 공연 기회를 제공해야 했던 지원기관의 관리 역량은 본 사업을 매끄럽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제 역할의 핵심입니다. 언뜻 단순한 구조의 사업처럼 보이지만, 선정된 청년 문화예술인 수만큼, 펼쳐지는 공연무대 수만큼 관리 포인트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직과 시스템에서 발현되는 지원기관의 관리 역량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선발된 문화예술인의 만족도 면에서도 중요하고, 이를 통해 매끄럽게 구현되는 무대를 통한 대중(관객)의 만족도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담당자의 탁월한 역량도 손발을 맞출 인력이 더 있다면 결국 사업의 디테일과 완성도로 보여 질 것이 분명합니다.
에필로그
해마다 12월이면 ‘청춘마이크’를 통해 기회를 찾고, 성장하는 지역의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1년 공연 농사의 결실을 가늠해보는 시기를 거칩니다. 이 글의 내용도 여기에 포함될 겁니다. SNS로 누구나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며 본인들의 재능과 탁월함을 알릴 수는 있지만, 제대로 잘 익은 ‘알맹이’가 없으면 이런 기회 근처도 못가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지난해 리뷰에서 “청춘마이크 사업을 통해 선정된 청년 문화예술인과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들이 다양한 SNS 플랫폼을 넘나 들며 변주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고,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우리의 목표가 정확히 방향을 잡고 있는지, 또 충분히 높은 곳을 향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때가 된듯합니다. 공연자, 기획자, 지원자 간의 연결을 불편하게 하는 허들을 낮추고 ‘메타(Meta)’+‘버스킹(Busking)’ 하게 ‘청춘마이크’가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필명 : 동네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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