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감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서운함'을 꼽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연인, 믿었던 동료,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 이 서운함은 불쑥불쑥 찾아오곤 하지요.
사실 서운함은 우리 마음속에 생긴 어떤 ‘모자람’이나 ‘결핍’에서 시작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서운함을 표현할 때 진심을 전하기보다 상대방을 아프게 찌르는 '무기'로 사용하는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
오늘은 내 안의 서운함을 건강하게 길들여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나 전달법(I-Message)’의 비밀을 깊이 있게 나누어 보려 합니다.
어느 비 오는 화요일 저녁, 지수 씨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지수 씨는 오늘 퇴근 후 남편과 집 앞 맛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습니다.
지친 하루를 보낸 그녀에게 그 저녁 식사는 유일한 위로였지요. 하지만 약속 시간에서 한 시간이 지나도록 남편은 연락 한 통 없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을 향해 지수 씨는 참았던 말을 터뜨립니다.
"당신은 왜 맨날 이래? 연락 한 통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정말 이기적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너 전달법(You-Message)’입니다. 주어가 ‘너(당신)’로 시작하며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평가, 그리고 ‘이기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요.
심리학자 토머스 고든(Thomas Gordon) 박사는 이런 방식의 소통이 상대방의 방어 기제를 자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비난을 받은 남편은 미안함을 느끼기보다 "나도 오늘 회의 때문에 바빠 죽는 줄 알았는데, 왜 나를 몰아세워?"라며 반발하게 됩니다.
결국 서운함은 해소되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는 것입니다.
비폭력 대화(NVC)의 창시자 마셜 로젠버그(Marshall Rosenberg)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의 이면에는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숨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수 씨가 화를 낸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남편을 괴롭히고 싶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사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남편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와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서운함은 내가 그 사람을 그만큼 믿고 기대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 안의 연약한 진심을 드러내는 것이 쑥스럽거나 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화라는 단단한 껍질을 씌워 던져버립니다.
진정한 관계의 회복은 이 껍질을 벗겨내고, 내 안의 ‘취약성’을 정직하게 고백하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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