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원의 제국, 그 시작은 ‘불법 리패키징’이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성공한 혁신가와 감옥에 간 사기꾼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흔히 ‘도덕성’이라 말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냉혹하고 아슬아슬하다.
세계 최대의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의 초기 행보를 보면, 이들이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이유가 단지 ‘정직’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2008년 가을, 그들은 법과 윤리의 경계선인 ‘그레이 존(The Grey Zone)’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들이 손에 든 것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트에서 사 온 싸구려 시리얼을 집 거실에서 직접 만든 종이 상자에 옮겨 담은, 명백한 ‘식품 위생법 위반’이자 ‘상표권 침해’의 결과물이었다.
시작은 처절했다. 2007년 10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를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온 두 청년의 통장 잔고는 고작 1,000달러였다.
설상가상으로 집주인은 월세를 25%나 올리겠다고 통보한다. 직업도 없고 돈도 없던 그들에게 남은 것은 거실의 빈 공간뿐이었다.
그들은 마침 열린 디자인 컨퍼런스로 호텔 예약이 꽉 찼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거실에 에어매트리스 3개를 깔고 아침 식사를 제공하며 하룻밤에 80달러를 받았다.
이것이 ‘Air Bed & Breakfast’의 시초다. 하지만 초기 반응은 냉담했다.
투자자 15명을 만났지만 절반은 답장조차 없었고, 나머지는 “누가 모르는 사람의 집에서 잠을 자느냐”며 코웃음을 쳤다.
2008년 여름, 브라이언 체스키의 신용카드 빚은 3만 달러(약 4,000만 원)를 넘어섰다.
그는 매일 아침 “벽이 사방에서 좁혀오는 것 같은” 공포 속에 눈을 떴다.
도망칠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그들은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황당하고도 위험한 도박을 감행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디자인 전공을 살려 2008년 미국 대선 열기에 올라타기로 한다.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을 테마로 한 한정판 시리얼을 기획한 것이다.
이름하여 ‘오바마 오즈(Obama O's)’와 ‘캡틴 매케인(Cap'n McCains)’이었다.
하지만 공장은커녕 제조 승인조차 없었다. 그들이 택한 방식은 순도 100%의 가내수공업이었다.
불법 리패키징: 켈로그 같은 대형 제조사가 거절하자, 그들은 마트에서 가장 저렴한 시리얼을 카트 가득 실어왔다.
거실 공장: 아파트 거실 바닥에 앉아 1,000개의 박스를 손으로 접고, 뜨거운 글루건(핫멜트 건)을 휘두르며 시리얼을 밀봉했다. 손가락이 데이고 물집이 잡히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교묘한 마케팅: 4달러짜리 싸구려 시리얼에 ‘한정판 일련번호’를 매겨 40달러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붙였다.
이 행위는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상표권 침해는 물론, FDA(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무단 식품 가공 판매에 해당한다.
만약 이들이 여기서 멈췄다면, 비즈니스 역사는 이들을 ‘대선 열풍에 편승해 불량 시리얼을 팔아먹은 좀도둑’으로 기록했을 것이다.
시리얼은 대박이 났다.
CNN 등 미디어가 이 재기발랄한(?) 제품을 보도했고, 순식간에 3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신용카드 빚을 갚고 숨통이 트인 그들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의 폴 그레이엄을 찾아간다.
면접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폴 그레이엄은 "사람들이 왜 남의 집 매트리스에서 자려고 하겠느냐"며 그들의 사업 모델을 쓰레기 취급했다. 면접이 끝나갈 무렵, 조 게비아는 가방에서 오바마 오즈 시리얼 한 상자를 꺼내 놓았다.
그리고 이 시리얼을 팔아 어떻게 빚을 갚고 살아남았는지 설명했다.
폴 그레이엄의 눈빛이 변했다.
"와, 당신들은 마치 바퀴벌레 같군요. 절대 죽지 않을 것 같아요(Wow, you guys are like cockroaches. You just won't die)."
그레이엄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창업자의 기질’에 투자했다.
4달러짜리 시리얼을 40달러에 팔 수 있는 허슬(Hustle)이 있다면, 낯선 사람의 집을 빌려주는 불가능한 일도 해낼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에어비앤비 시리얼 이야기’를 단지 재미있는 성공담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진짜 교훈은 그 ‘이후’에 있다.
사기꾼은 확보한 3만 달러를 들고 유흥을 즐기거나 또 다른 기만책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체스키와 게비아는 달랐다.
그들은 그 돈을 ‘책임(Responsibility)’의 종잣돈으로 썼다.
폴 그레이엄은 그들에게 "당장 뉴욕으로 가서 사용자들을 만나라"고 조언했다.
창업자들은 다시 한번 몸을 던졌다. 뉴욕의 호스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접 카메라를 들고 방 사진을 찍어주었다.
본질로의 회귀: 시리얼이라는 ‘가짜’ 사업에서 벗어나, 숙박 플랫폼이라는 ‘진짜’ 가치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비늘 벗기기: 초기 그레이 존에서의 수법들을 압도적인 고객 만족과 신뢰 시스템으로 덮어버렸다.
마침표(The Finish): 결국 2009년 4월, 세쿼이아 캐피털로부터 6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합법적이고 위대한 기업’으로 비즈니스의 마침표를 찍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는 우리에게 묻는다. 비즈니스가 사기극으로 끝날지, 혁신으로 남을지는 초기 과정의 매끄러움이 아니라 그 ‘마침표’에 달려 있다고 말이다.
사업가는 때로 살아남기 위해 법과 윤리의 경계선을 밟는다. 정주영이 미군을 속여 보리싹을 심고, 스티브 잡스가 가짜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내뱉은 장담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결국 사기꾼과 사업가의 차이는 단 하나다.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고 가치를 만들어냈는가?"
오늘날 에어비앤비 시리얼 상자는 상표권 위반의 증거물이 아니라, 불가능에 도전했던 창업가 정신의 훈장으로 전설이 되었다.
혹시나 지금 겪고 있는 그 처절한 그레이 존에서의 몸부림이 위대한 역사가 될지, 한낱 사기극으로 끝날지는 오직 당신의 다음 행동, 즉 비즈니스의 ‘마침표’를 찍는 방식에 달려 있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 비즈니스 역사에서 가장 도발적인 30가지 실화 중 하나인 에어비앤비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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