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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at Fiction Nov 22. 2018

나를 만나고 가장 많이 한 것은 감정을 참는 일이랬지

색을 잃은 꽃 

예쁜 꽃을 발견했어. 


그 꽃을 한 다발 사다가 꽃병에 꽂았어. 하지만 어차피 이 꽃은 시들고 잎 색도 변하고 말겠지. 정성스럽게 가꾸면서 그 과정을 보느니 처음부터 예쁘게 말려야지 싶었어. 드라이플라워로 말이야. 일주일 정도 지나니 눈을 사로잡던 꽃의 짙은 노란색은 사라졌어. 생기는 잃었으나 평생을 옆에 있어줄 아이로 예쁘게 수분도 색도 빠져나갔어. 예쁘게 말라줘서 고맙다고 생각했어. 




색을 잃어버린 꽃을 보고 네 생각이 난 건 그 후였어. 


밝고 통통 튀던 너는 내 옆에서 점점 감정을 잃어갔지. 너는 말했어. 나를 만나고 가장 많이 한 것은 감정을 참는 일이라고. 그러다 보니 감정을 잃어버렸다고. 나쁜 감정만 참으면 될 것을 감정을 참는다는 것에 익숙해져버리다 보니 좋은 감정마저 참게 되어 버렸지. 



너는 아주 짙은 노란색이었어. 단 번에 너한테 눈이 갔지. 


그 노란색을 뺏을 생각은 아니었어. 갖고 싶고 옆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왜 내 옆에 있는 너의 색은 점점 옅어졌을까. 그것을 보고 나는 왜 옅은 색마저 예쁘다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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