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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시연 Mar 29. 2017

사랑은 타이밍

헉! 이런. 글은 쓰는 동안 옆 테이블의 커플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 작업해야 하는데 미안하게도 그들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테이블이 너무 붙어던 탓도 있지만 여자의 모습에서 예전의 불안해했던 내 모습이 오버랩되어 그런 것도 같다.


여자는 28살, 남자는 오빠라 했으니 여자보다는 당연 나이가 많겠지?


둘의 대화는 이러했다.


"스물여덟 살이면 오빠랑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 나 올해 스물여덟이야.. 그런데 우리 지금 뭐야..."


"후... 난 아직 준비가 안됐어. 2년 안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한 번도 내게 그런 얘기 한 적 없었잖아. 왜 이제 와서 이런 얘기해!?"


"나는 당연히 너랑 결혼할 거라 생각했고.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했지. 너도 물어보지 않았잖아..."


"그런 계획을 꼭 물어봐야  말해줄 수 있는 거야? 정말 결혼할 생각은 있었던 거야?"


"어..."


"오빠랑 왜 만나는지 모르겠어. 오빠가 무슨 말을 해도 이제는 안 들어와."


"그래서 어떡하자고."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자."


그리고는 꽤 긴 침묵이 이어졌다.

바로 옆 테이블에 있던 내가 그 침묵이 더 어색 괜히 쓸 말도 없으면서 타닥타닥 타이핑을 쳐댔다.  


여자가 더 물어도 남자의 대답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고

남자가 붙잡아도 여자의 마음은 이미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했다.


어디선가 조용히 어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커플지옥 솔로천국!'

'에이~ 이러지 맙시다.'ㆍ


남자의 말에 여자는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후회만 남을 날들에  대한 불안함으로 지금이라도 돌아서는 게 맞는 걸까.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면 기다리는 게 맞을 것이고,

불안함이 더 크다면 돌아서는 게 맞지 않을까.


여자가 먼저 침묵을 깼다.

"도대체 누가 문제인지를 모르겠어."


남자가 말한다.

 "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타이밍...... 아닐까?

 


혼자 들리지도 않는 말을 뱉어본다.


지하철 속 잠이 든 연인.



 

이것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눈부신 날들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지금의 노처녀의 일상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노처녀 히스토리는 노! 처녀가 되는 그날까지. 쭈욱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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