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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시연 Mar 24. 2017

배우자

여느 때처럼 교회를 갔다. 

그날은 기도 제목을 나누는 날.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가수 백지영이 기도를 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는 말이 번득 떠올랐다.  

나도 한번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쪽지에 기도제목을 써냈다. 

큼지막하게. 

그리고 돌아서는데 순간 정신이 확 들며 뒷골이 당겨왔다. 


'좋은 배후자 만나게 해주세요.' 


배. 후. 자라고 써버린 것이다.


오.마.이.갓.뜨.

(아니. 아무리 평소 사용 안 하는 단어라도 그렇지..)


이미 다른 사람들의 기도제목이 적힌 쪽지들과 섞여버려 수습은 불가능.

곧 나의 오타를 보고 기도를 해주실 목사님을 상상하니 벽에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나에게 좋은 배후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

.

.

.

그리고 몇 주 뒤, 

다시 기도제목을 나누는 날이 되었다.

'배. 우. 자! 배우자 맞지?' 몇 번을 확인하고 기도 제목을 써냈다.


'배우자 기도 합니다'





그때부터였을까...

이상하게도



요즘 뭔가가 자꾸..

.

.

자꾸

.

.

.

 배우고 싶어 진다. 


(또 뭔가 잘못된 것... 같은...)





이것은 나의 이야기 그리고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면 눈부신 날들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지금의 노처녀의 일상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노처녀 히스토리는 노! 처녀가 되는 그날까지. 쭈욱 발행됩니다.


Ps. 핑계를 좀 대자면 당시 한참 일제강점기 시대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책 속에 친일파 관련 '배후자' 단어들이 많이 나와있던 탓.. 에잇.. 뭘 말해도.. 비굴해..

어쨌든 이렇게 단어 하나 덕분에 에피소드가 하나 생겼네요. ^^;;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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