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가끔 그런 날이 있어...
가끔 그런 날이 찾아온다.
이번 '그런 날'은 아마도
코로나 19로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며
가정보육이 길어지며 찾아온 것 같다.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차라리 묵묵히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것에 집중할 수 있을까...
난.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다.
글을 쓰고 싶다.
욕심일까...
이기심일까...
다른 엄마들은
육아도 잘하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하며 잘 지내는 것 같은데
나는 체력이 안 따라 주는 건지...
의욕이 부족한 건지...
하루하루 주름은 늘고
흰머리도 늘어나고...
이렇게 늙어만 가고 있는 것 같아
거울을 보기도 싫어진다.
형편없어 보이는 자신이 싫어
지금의 나를 감추고만 싶다.
하지만 아이는
이런 못 난 엄마가
그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말로
말라진 마음의 땅에 생명수를 부어준다.
아이의 빛과 체온이 마음의 땅에 스미면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며
비로소 나의 못남을 알아차리고
모든 것을 제쳐두고...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를 안고
아이와 함께 하는 이 모든 시간들이
세상의 그 어떤 것을 하며 보내는 시간보다
가장 행복하고 가장 값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YAMI 엄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