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티칸 Nov 30. 2020

두려움에 스스로 잠을 억제했다.

Acting Coach Journal

잘못한 일이 있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어째서 잠을 자기 어려웠을까? 별 걸 다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액팅코치를 하면서 생긴 소중한 버릇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반문이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라는 식의 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누가 보면 안 그래도 괴롭고 고민스러운 마음에 뭐 그리 심오한 질문까지 하냐고 할 것 같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에게는 힘든 시간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한 질문이니까. 


잘못한 일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이 불편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마음이 불편하면 생각이 많아진다. 걱정이 많아지고, 고민이 많아진다. 내적 갈등도 심해진다. 


그럼 다시 질문, [무엇인가를 잘못하면 어째서 마음이 불편한 것일까?]. 

또 질문, [혹시 난 태어날 때부터 잘못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존재였을까?].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No]. 태어날 때부터 [잘못]이라는 개념을 알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럼 또다시 질문, [난 언제부터 <잘못>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지?]. 일단 <잘못>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 현상을 겪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잘못>이라는 개념은 누구에겐가 혼이나든지 자신이 한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지적당하고 교육 받음으로써 알게 되는 개념일 것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위기감 역시 학습됐을 것이고, 그 위기감이란 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됐을 것이다. 그러니 이 같은 현상을 겪고 싶지 않을 것이고,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을 알게 된다.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생기면 벗어나고 싶어 진다. 그럼 그때부터 걱정과 고민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이 많아지고, 벗어나기 위해 오히려 스스로를 괴롭히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가게 되는... 아니, 아니, 다시. 

캐릭터는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가게 되는... 이것도 아닌가? 


캐릭터, 연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처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억제 교육]에 대한 것이었는데. 


아무튼 어떤 곳 이든 규칙이 존재한다. 규칙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 [억제 교육]은 필수이다. 심지어 스스로 억제 교육을 실천하기도 한다. 오늘 나는 그런 현상을 겪은 것이다. 잘못한 일이 있으니 두려웠고, 그 두려운 마음은 스스로 잠을 억제하는 역할까지 한 것이다. 만약 불면증에 시달리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이 이야기를 한 번 쯤 떠올리기 바란다. [캐릭터가 겪고 있는 이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캐릭터는 어떤 억제 교육을 받으며, 또는 스스로 억제 교육을 실천하며 살아왔는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꼭 던져보았으면 한다. 

작가의 이전글 [몰입]은 따뜻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