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ing Coach Journal
게으른 마음을 뒤로하고 코칭 준비를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기계처럼 버튼을 누르면 딱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머리 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머릿속에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시간과 같다.
방금까지 하던 생각들 정도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꼭 방금까지 하지도 않던 생각들이 안 그래도 공간이 부족한, 일하기도 좁아터진 머릿속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잠깐 내버려 둔다.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둔다.
물론 일을 해야 만한다는 불씨는 한쪽에 꺼지지 않도록 잘 살려둔다. 급하게 불타올라 막상 준비가 됐을 때 재가되어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안 되니까 불의 [씨]만 잘 보존한다. 그렇게 의식의 흐름에 잠시 맡기고 있으면 좁아터지게 만들던 생각들이 서로 알아서 정리하고 하얀 세상만을 남겨두고 사라진다.
하얀 세상에는 아까 잘 살려둔 불의 [씨]가 활활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불씨가 아닌 활활 타오르는 불이 될 수 있도록 장작 역할을 할 생각들을 다시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나에게 늘 [몰입]이라는 따뜻함을 선사한다.
[몰입] 과정을 힘들어하는 배우들이 있다. 그런데 어려운 건 [몰입]이 아닐지 모른다. 자신이 계속 걸어오던 길에서 잠시 내려서서 다른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다른 길로 들어서려면 그전에 걷던 길에서 쥐고 있던 모든 것들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비워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이전의 길에서 쥐고 있던 것을 놓아주지 못하고 다른 길에 들어선들 그 길이 정말 다른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배우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배우라는 직업이 생긴 이래 이 직업이 편했던 시간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런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예술]에 [몰입]하는 순간만큼은 즐겁기를 바란다. 적어도 [몰입]을 즐길 수 있는 힘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