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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라카노 하루끼 May 27. 2023

가던 길을 돌아보고 잘못 가고 있다 생각될 때


어느 날 갑자기 담배 냄새가 역겨워지기 시작했던

그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대학 때부터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금연 그리고 3년 뒤, 나는 암이라는 것에 걸렸다.


지우고 싶은 삶의 순간들도 그랬다.

추더라도 쌓인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

그게 공평하다.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한 지 몇 달 지난 여름이었던가?


아버지 산소에 가기 위해 고향집에 내려온 새벽.

잠은 오지 않고, 생각도 많아 "위로의 글 한 줄만 써보자"하고 타이핑 시작.


하지만 이내 담배 생각이 나서, 담배를 찾아봤다.

내 주머니에 있던 담배 한 갑.

하지만, 이 담배는 내 담배가 아니었다.


생전 담배를 즐기셨던 아버지를 위해 그의 산소에 가기 전에 담배 한 갑을 주머니에 꼭 챙겨간다.  


에게 가기 전 동네 편의점에서 사놓았던 그 담배를,

살아있는 나를 위해,

새벽 고향 집 골목길에서

하늘 한 번 쳐다보 한숨 한 번 쉬며  담배를 태워 없다.

길 가던 도둑고양이와 함께 멈춰 서서...

아버지에게 드릴 담배를 연달아 훔쳐 피웠다.



시간이 지난 뒤 생각 해 보니

뭐 그리 힘든 일이었다고, 그날 그렇게 도둑 담배를 연달아 피워댔는지.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이었던가 아버지가 경찰간부였던 친한 친구집에 권총을 구경하러 그 집에 갔었다.


권총을 보여준다고 약속했던 친구는 방안 문갑에 있던 총신이 짧은 진짜 권총을 보여줬다. 놀랍고 신기한 마음에 권총을 만지지도 못하고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으니, 총알이 없으니 겁먹지 말라며 친구가 차갑다 못해 서늘한  총을 쥐어주었다. 총은 늘 서늘한 기운이있다.


군에서 복무할 때 병과 특성상, 여러 권총 사격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봤던 권총이 38 구경 S&W M10 리볼버였다는 것을 알았다.  어쨌든, 그 옆에 담배가 있었고 친구는 호기롭게 말했다.



이런 느낌의 총과 담배




" 난 아빠 담배도 피워봤다. 어른처럼 우리 한번 해볼래?"


몇 번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나도 한 번 어른들만 할 수 있는 담배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 둘은 몰래, 담배 한 개비를 꺼내서 성냥을 들고, 아무도 없는 뒤뜰 구석에 숨어서 성냥을 그어 불을 붙였다.


 친구가 한 모금,  빨갛게 타들어가던 담배.

그리고 내 순서가 왔다.


나는 용기가 없어 입술에 가까이 대고 빨아들이지도 못했었다. 그렇게 가까이서 담배가 타들어 갈 때 냄새를 맡아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냄새, 이런 것을 어른들은 피우다니. 결국 한 번 입에 대보고 담배를 땅에 던지고 나도 모르게 침을 뱉었다.


입이 덴 것 같은 느낌.  그 역겨운 향.

 

내 기억과 기대와는 너무나 달랐던 첫 경험.


아버지는 항상 알루미늄으로 된 담배케이스에, 가지런히 정리된 채로 담배를 넣어 다니셨다. 난 가끔 아버지의 담배 케이스를 꺼내서 권련 냄새를 맡고는 했다. 살짝 달달한 향이 있었고, 잘 마른 풀잎 같은 향도 나던 게 꽤나 근사했고, 멀리서 맡던 그 냄새와는 다르게 실제 담배를 피우면 뭔가 특별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랬던 담배가 이런 맛과 냄새라니......

내 인생 첫 담배의 기억은 그랬다.


대부분 누구에게나 첫 담배는 이런 경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역겨웠던 첫 기억의 담배를 대학 때부터 꽤나 오랫동안 끊었다 피웠다를 반복하며 오랜 시간 피워댔다.



 



아버지 담배를 훔쳐 고향집 골목길에서 피우고,

깊게 잠든 어머니가 깰까 봐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욕실에 들어갔다.

손에 배어버린 담배 냄새를 지우기 위해 거품을 내며 그렇게 비벼댔지만 비누만 축내고,

입안에서 나는 이 역겨운 냄새를 없애기 위해 반복적으로 칫솔질을 해대도 당연히 지워지지도 않았다.

 

우습게도 담배를 피우고 난 뒤 그제야 입과 내 몸에서 나는 역겨운 담배 냄새를 제대로 맡게 된다.


살다 보면 역겨움도 잠시, 내가 그 역겨움에 익숙하게 되고, 더 이상 역겨운 게 아니게 된다. 담배뿐만 아니라, 내 삶과 내 생각과 내 사고방식 중에서도, 경멸했던 어떤 것에 아무렇지 않게 나라는 이유로 관대하게 살아왔을 뿐 역겨움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보통 이런 식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역겨운 일,

내가 하면 어렴풋이, 어렴풋이 "어?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는데..."라고, 나에게 참으로 관대하게 속삭인다.

 

어렴풋이? 아니, 시간이 갈수록 확실하게 잘못이라고 느끼지만 인정할 자존심도, 마주하고 바라볼 용기도 없이 주저주저 살아가다 보면, 나뿐만 아니라 죄 없는 사랑하는 사람까지 고통의 사막 한가운데끌려 나와 다는 것을  알고, 뒤늦게 후회하게 된다.



삶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들도 그랬다.


 

모른 척 눈감고  타협하고  저지르고 난 뒤에야 후회하고 결과를 제대로 게 된다.  

저지르고 난 뒤 그 흔적들은 남아, 서서히 번지고, 결국 지워지지 않는 냄새가 악취라고 느껴질 때

비로소 나의 실수와 잘못을 뒤늦게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류의 잘못은 인정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인간관계던 본인의 건강이던...


금연 3년 후 암에 걸린 나처럼.

후회한다고 잘못이 없어지진 안듯이.





가던 길을 돌아보고 잘못 가고 있다 생각될 때는 용기 있게 인정하고 수정하는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우물쭈물하지 말고 그 대가를 치르기 전에 용기를 내자.




오늘의 결론?


우물쭈물 = 후회


아버지 산소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른 새벽 메타세쿼이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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