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훈 Hoon Lee Mar 28. 2024

짧게 보면 돌아가는 길, 길게 보면 빠르게 가는 길.

짧게 보면 돌아가는 길, 길게 보면 빠르게 가는 길.


BCG 에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프로젝트가 끝나면 5점 척도로 평가를 받았다. 1점은 진짜 잘한 것. 5점은 안나오는 점수 (5점 받으면 진짜 폭망한 것) 


1점을 받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같은 industry, 같은 client, 같은 파트너/팀장 밑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새로운 industry, 새로운 client, 새로운 파트너/팀장님과의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1점을 받을 확률은 매우매우 낮았다


그런데, 1점을 받아야 빠른 승진 등이 가능했고, 또 '저 어쏘 일 잘한대' 라는 평판이 쌓일 수 있어서, '빠른 승진'을 염원하던 당시에는 같은 industry/client/파트너님 프로젝트에 쭉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했었던 듯 하다.


다만, 인생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나는 유독 첫 2~3년은 매번 industry/client/파트너-팀장님 중 2개 또는 3개 모두 바뀌었던 것 같다. 전자업 관련 A 사와 프로젝트 하다가, 금융업 관련 B 사 프로젝트를 하고, 중공업 관련 C 사 프로젝트를 하다가, IT 업 D 사 프로젝트를 하는 흐름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염원하던 1점을 받지 못했었다. 


그런데 3년 차 이후에는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어떤 프로젝트에 들어가도, 과거에 한 번 합을 맞췄던 분들, 과거에 경험이 있었던 산업/Client 에 배정이 될 수밖에 없었어서, 콘텐트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시점에 context 를 바탕으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산업/client/파트너님을 만나도 그 자체가 익숙한 상황이었어서 새로움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회사를 떠난지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BCG 시절 다양한 industry/client/팀과 협업을 해본 것이 '업의 본질' '회사의 본질' '사람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 정말 많이 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Tech 회사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인데, 컨설팅 회사 다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경험은 1년에 3~4개 이상의 다른 산업/다른 회사에 업무해 볼 수 있다는 부분에 있다.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방법은 1)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며 깊게 경험하는 것, 2) Value chain 을 end to end 경험하는 것, 3)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그래서 입체적 관점이 생기는 것) 이라 생각하는데, 컨설턴트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경험은 3) 이기 때문이다. 같은 산업에 있어도 전혀 다른 논리구조로 결정하는 client 들을 보면서, 같은 대기업이지만 매우 다른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결정이 진행되는 client 들을 보면서, 경쟁사지만 HQ 위치에 따라 다른 의사결정/조직 구조를 바탕으로 움직이고 경쟁하는 client 들을 보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조직/사람이 있구나. 내가 회사를 경영하게 되면, 나는 어떤 회사/조직/팀을 만들고 싶을까?'에 대해 입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고민을 할 수 있게 된 듯 하다.


아무쪼록, 요즘 BCG 시절을 회고해 보면 2~3년 관점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과 10년 관점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은 다르다는 생각 많이 한다. 결국 커리어는 짧게 보면 돌아가는 길인데, 길게 보면 빠르게 가는 길이 존재한다. 


길게 보는 관점에서 빠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짧게 짧게 돌아가는 것은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필수불가결 시행착오의 시기일 지도 모른다. 


길게 보고 때로는 돌아가자.

작가의 이전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