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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Feb 22. 2018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지안이에게

아이가 태어난지 한달이 조금 넘었다. 임신 중에도 잘은 실감나지 않았던 모성애는 조그마한 아기를 실제로 내 품에 안아보고서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다. 출산 후 병원의 작은 수유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며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 더없는 평화로움과 충일감을 느꼈고, 조리원에서 아기를 보러 갈 시간이 되면 설레이는 마음으로 조그만 우리 아기를 활짝 반겨 받아오곤 했다.


아기가 먹고 자고 노는 신생아의 본분을 다하는 것을 보면서 아기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이다. 평소에 '사랑해' 라는 말을 자주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아기에게는 자주 사랑해 하고 속삭여준다. 너를 위해 뭐든 불사하지 않을거라는 불타오르는 사랑의 다짐은  아니다. 그런 건 엄마인 나도 조금씩 키워가게 될터이다. 그저 우리에게 찾아온 소중한 아기천사에게 혹시라도 자라면서 안좋게 발현될 것이 있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으로 모두 녹이고픈 마음에서다. 줄 수 있는 사랑을 모두 주어 이 아이의 정서가 더없이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채워졌으면 싶다. 아기가 심장을 맞대고 내 품에 안겨 쌕쌕거릴때, 두리번거리다 눈을 맞추고 한참 나를 바라볼 때면 아기를 꼭 안고 귓가에 말해준다. 지안아 사랑해.


아기도 엄마를, 엄마도 아기를 알아가는 시간. 미처 아기를 알지 못해 아기를 힘들게 한 것을 알았을 때는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른다. 안아주고 달래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을 때 그게 아기가 배가 고파서였다는 건 미처 몰랐다. 조리원 마사지실에서 나보고 적은 젖 양이 아니라고 했던 소리만 믿고 아기에게 충분히 젖을 물렸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조리원에서 매일같이 보기 좋은 황금변을 보던 아기가 집에 온 후 3일이 되도록, 또 한 번 6일이 되도록 변을 보지 못하는게 그저 환경이 바껴서라고만 생각했지 먹은게 부족해서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뒤늦게 아기의 울음이 배고픔 때문이었다는 걸 알고 어찌나 미안하던지. 아기를 꼭 안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가 미안해"를 몇 번을 되뇌었다.


우리 지안이가 참으로 신통방통한 것은 아기 부모들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밤에 이 아이는 울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신생아이니 두세 시간마다 깨긴 하나, 그때마다 낮에 울던 울음은 어디 가고 내 옆에서 혼자 낑낑대고 있을 뿐이다. 잠에 취한 나는 잠에서 깼다가도 대충 같이 누워 누운 수유 자세로 다시 잠을 청하곤 하는데, 아기의 입에서 엄마의 젖꼭지가 이탈하면 몇번이고 다시 찾으려 애를 쓰며 낑낑대는 시간이 시작된다. 오늘 밤도 그랬다. 몇번 물리려다 말고 나는 다시 잠들었는데 자다 깨보니 아기는 여전히 그 밥줄을 다시 찾으려 낑낑대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 안고 먹인 후 배가 불러 스르르 잠든 아기를 소중히 내려놓았다. 지안아 엄마가 미안해.


그러한 밤을 보내고 아침이 오면 아기는 하루 중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혼자 놀고있다. 통잠을 잔 것은 아니어도 깜깜한 밤 아기 울음소리에 시달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는 아기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그러라고 한적도 없는데 엄마 힘들지 말라고 울지 않은 것인지 밤새 큰소리 내지 않은 아기가 고맙고 또 고마워서 지안아 고마워 하고 또 이야기해준다.


하루에 한두번의 시간 내 다리에 아기를 받쳐놓고 같이 동요를 들으며 논다. 음악을 들으면 아기도 흥겨운지 손발을 버둥대며 노는가 하면 아직 할 줄 모르는 옹알이가 가장 많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아빠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혼자 보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아기는 마주앉은 내게 온갖 귀여운 표정과 사랑스런 손짓 발짓을 시전한다. 아기와 그렇게 놀 때면 내가 여자라서 엄마일 수 있다는게 큰 특권처럼 여겨져 울컥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니 이런 마음은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루종일 아기를 봐야하는 엄마의 수고로움도 있지만 아이의 웃는 얼굴과 변화무쌍한 표정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두 눈에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소중한 지안아

엄마아빠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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