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수소녀 Nov 28. 2019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일본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이야기

완전한 착각이었어요. 제목과 포스터를 봤을 때는 언뜻 예쁘고 아기자기한 가족 이야기인 줄 알고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드라마는 일본의 사회복지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였답니다. 알고 보니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이란 제목은 일본 헌법 제 25조 '모든 국민이 가지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누릴 권리'에서 따온 사회보장제도의 기치였어요. 우리로 말하자면 헌법 34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와 같은 말인 셈인 거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 공무원의 업무 환경은 결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언제나 힘든 법인데, 경제적 곤궁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없고 때로는 큰 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의 민원을 받고 그들을 케어해야 하니까요. 일본의 상황도 비슷해서 드라마 속 공무원들은 각자 100여개 씩의 생활보장 케이스를 관리하는 '케이스워커'로 일하며 세금으로 지급되는 생활보장비가 적절히 사용되고 있는지 실사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갖가지 어려운 사건들을 만나고요.

하지만 드라마는 그렇게 어둡고 우울한 톤으로 전개되지 않는답니다. 구청 생활지원과 신입 직원 요시 열정 넘치 밝은 성격의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녀가 엿한 케이스워커로 성장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으니까요.  요시네가 만나는 여러 케이스들은 사회의 단면이기도 합니다. 얼마 되지 않는 수급비에서 매달 채무를 갚아가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차피 얼마 되지 않는 수급비라며 흥청망청 쓰는 사람도 있지요. 생활보장을 신청할 경우 가족이 부양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게 되어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원망만 남은 관계인 경우도 많습니다. 구청에 알리지 않고 따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수급가정의 청소년은 생활보장비를 반납해야 할 위기를 맞자 가난한 사람은 꿈도 꾸지 말라는 거냐며 절규합니다.

요시츠네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도 울림을 줍니다. 요시네의 입사 동기인 쿠리하시는 좀처럼 웃지 않고 필요한 말만 하는 스타일 입니다. 어느 순간, 쿠리하시는 본인에게 이 일이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붙임성이 좋아 사람들에게 잘 다다가는 요시네를 보면서 더더욱요.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해보려고 하지만 담당 이용자로부터 '당신이 내 마음을 제일 몰라' 하는 말을 들었을 때 쿠리하시는 얼마나 좌절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결국 그녀는 본인의 방식대로 일을 진행시키고, 이용자의 취업을 성공적으로 돕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한계로 인해 고민하고 힘들어하지만 한편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려움을 풀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많이 와닿는 에피소드 중의 하나였어요.


현실의 일들이 꼭 드라마처럼 원만히 해결되지는 않지요. 어쩌면 진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드라마 속 상황보다 더욱 격하고 비관적인 상황을 매일 마주할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서 가장 재밌고도 쉬운 방법으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삶을 살아가며 겪는 문제들은 어느 사회의 누구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드 <우리 남편은 일을 못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