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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Jan 30. 2020

‘싫어!’

정색하고 바라보기

세상이 다른 때 보다 더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다. 나의 머리는 회사 업무에 에너지를 온통 쏟고는 다른 것을 돌아보기 힘겨워한다. 그래도 나는 길들여진 짐승마냥 피로한 몸을 질질 끌고 회사로 향한다. 이것이 전형적인 패턴이다. 쳇바퀴를 굴리며 번 아웃을 향해 내달리는 전형적인 패턴. 쏜 살 같이 흘러가는 세상에 몸을 맡기고 정신없이 휩쓸려 가는 전형적인 패턴. 회사에 내 인생을 맡긴 채 좌지 우지 당하는 전형적인 패턴. 죽을 때까지 일하지만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삶을 사는 전형적인 패턴.


오랜만에  한동준의 노래 ‘너를 사랑해’를 듣는다. 부드러운 선율과 사랑을 속삭이는 아름다운 가사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낯설다. 세상은 요지경이고 나는 이렇게 피곤한데, 이 와중에 ‘너를 사랑해’ 라니...


잠시 모든 것을 중단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나를 길들이려는 회사와 세상 그리고 오래된 관성에 젖은 ‘나’를 바라본다.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의 ‘나’, 슬프고 지친 눈을 하고 힘 없이 웃는 내가 보인다.


‘그냥 살지... 그래’


익숙한 내가 내게 말을 건다.


‘그냥 사는 게 뭔데?’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지는 대로, 시키는 일하면서...’


‘싫은데’


‘왜?’


‘싫어’


나는 정색하고 나를 바라본다.

친숙한 나에게 적극적으로 저항하기로 한다.


부드러운 사랑 노래를 들으며

따스한 햇살 아래 미풍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고

해보고 싶었지만 안 하기로 단념했던 이런저런 것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한다.


희미하게 웃는 친숙한 내가 ‘그냥 살지 그래’ 하고 말을 걸어올 때마다

정색하며 말해 줄 테다.


‘싫어.’


‘싫은 건 싫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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