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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Sep 05. 2019

열여덟의 순간과 서른다섯의 순간

설렘과 흐뭇함 사이

빨래를 개다 TV를 켜니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이 나온다. 고딩 드라마네 하고 채널을 돌리려다 무심코 보게 되었는데...


헙 = =


너무나도 아득한 설렘이란 감정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나는 드라마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결혼 7년 차, 세 아이 육아로 꽉 찬 하루를 살다 보니 이런 이성 간의 찌릿찌릿한 감정이 내 것이 아니게 된 지 너무 오래되었다.


모성애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의 현실 감정과 드라마 속 훈남 훈녀들의 풋풋한 감정 사이의 괴리로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이내 체념한다.


그래 저 때는 이성과의 가슴 두근대는 사랑... 저게 전부일 때지...

그땐 몰랐는데...

참 좋을 때다...


요즘 내가 하는 사랑의 모습은 이렇다.

홀로 책상에 앉아 큰 아이가 좋아하는 글라스데코를 만드는데 나중에 이걸 보면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절로 흐뭇해진다.


두근두근과는 다른 이 흐뭇한 감정...

열여덟의 순간에 느꼈던 설렘은 서른다섯이 되어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너에게 크게 바라는 건 없어

그냥 니가 웃는 게 보고 싶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자라주어' 라고...


연인 간의 사랑은 '내가 널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해 줘' 라는 바람이 녹아있기에 불꽃처럼 일다가도 절망적인 기다림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불완전한 사랑이 우여곡절 끝에 완전해 지자 결심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스스로의 이기심을 뛰어넘는 사랑을 배우게 되는 것임을 알기에 나는  이상 꽁냥꽁냥대는 드라마  연인의 모습에 서글퍼하지 않기로 한다.

물론 지난날의 설렘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 때도 있지만

그럴땐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생명체의 이쁜 짓을 보며 엄마 미소로 웃어 넘긴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겠다.

서른다섯의 순간도...

'열여덟의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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