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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Jun 26. 2019

J.K. 롤링 아줌마 저도 용기 내 볼게요!

feat. 쪼들리며 육아 중인 그대를 위한 잠언

김중혁 작가님이 말했다. 자신 안에 소설 쓰는 김중혁도 있고, 방송하는 김중혁도 있고 여러 김중혁이 있는데 자신에게는 소설 쓰는 김중혁이 제일 소중하다고... 그래서 다른 김중혁들이 힘을 모아 소설 쓰는 김중혁이 행복하게 소설 쓰는데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요 며칠 나는 복직을 앞두고 머릿속이 좀 복잡해져 있었다. 내 안에 직장인 나는 '복직하기 전에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강의를 들어 보는 게 어때' 하고 말을 걸었고 춤추는 나는 '몸 안 쓴 지 오래됐는데 춤출 때 되지 않았니?' 하고 말을 걸어왔다. 그 가운데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나는 쭈뼛쭈뼛 눈치만 보며 '너희들이 정 그렇다면 짬나는 시간 봐서 글 쓸게...'라고 말하려던 찰나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나는 생각을 고쳐 먹었다.

 

연초에 J.K. 롤링을 생각하며 블로그에 끄적여 놨던 글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오늘 뜻밖의 댓글을 달아 주신 것이었다.

 

'응원합니다. 롤링의 그 용기를 본받고, 기어코 책을 써내시기를... '

 

한 동안 버려뒀던 블로그였는데 지금 이 타이밍에 이런 댓글을 주시다니...

이것이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는 우주의 게시, 표징이란 말인가...

 

나는 댓글 하나에 용기를 내어 마음을 다잡았다.

글 쓰는 나에게 집중하자!

내 안에 다른 나들아 지금은 내가 글 쓰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너희도 좀 도와주렴...

 

2019년 2월 15일, 그날의 내가 두서없이 썼던 블로그 글의 일부를 옮겨본다.


[쪼들리며 육아 중인 그대를 위한 잠언 - J.K. 롤링과 레이먼드 카버를 생각하며 : 네이버 블로그]        
나는 요즘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을 이따금씩 떠올린다. 그녀는 결혼한지 13개월 만에 이혼을 하고 4개월 된 딸과 정부 생활 보조금으로 생활했다고 한다. 생활고와 우울증으로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그녀는 유모차를 끌고 다니다 아이가 잠들면 카페에서 글을 썼다고 하는데... 4개월 된 쌍둥이 아들과 6살 아들 육아를 하다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카페에 나와 책 보고 글 쓰는데서 안식을 찾을 때 나는 J.K. 롤링과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    
 
무일푼 싱글맘에게는 안정적인 페이가 나오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우선되는 일이었을 텐데도 그녀는 당시 소설을 쓰는데 집중했다. 자신의 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여기며 당장의 먹고사니즘 보다 글쓰기를 택한 것이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동안 신기루와 같은 것이었다. 아련히 열망하지만 뚜렷이 잘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무언가... 나의 책을 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인생 최대의 과제, 아니면 이루기 어려운 꿈처럼 느껴져 왔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 이렇게 노트북을 두드리고 브런치에 첫 매거진을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쌍둥이 임신과 육아휴직이라는 변수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처음 책 쓰기 관련 강연을 들은 것은 2015년 여름이었는데 그때는 왜 책을 써야 하는지와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몰라 실행에 옮기지 못했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작년 여름 나는 또 다른 강연을 들으며 책 쓰기에 대한 열망을 구체화시키게 되었다. 당시 과제로 내가 적어 냈던 꿈은 글 쓰기 훈련을 하며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는 것, 육아휴직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할 때 작가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작가라는 타이틀...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 왜 책을 써야 하냐고?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는 것보다 내게 더 멋지고 설레는 일은 없으니까... 무엇을 써야 하냐고? 이제는 쓰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져 혼자 조용히 앉아 서말인 구슬을 꿰어낼 시간을 확보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만이 문제였다.
 
복직하고 나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아이들과 노느라 글 쓸 시간은 더더욱 없을 것이기에 지금, 육아 휴직 중일 때 그나마 글을 쓸 수 있다. 조앤 롤링이 무일푼에 4개월 된 아기를 홀로 돌보던 그 시기가 자신의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글 쓸 기회라고 여겼던 것처럼, 나도 지금이 앞으로 오랜 시간 동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필요하면 시간제 아기 돌보미를 고용해 내 시간을 살 수도 있고 낮에 폭풍 육아 후 밤에 남편 찬스를 이용해 카페 죽순이 놀이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밤 7시 이후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 보고 글 쓰는 이 사치스러운 유희란...
 
 J.K. 롤링 외에 내가 가끔씩 떠올리는 인물은 단편 소설집 '대성당'의 작가 레이먼드 카버이다.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대성당'을 다룰 때 김중혁 작가님이 이런 말을 했었다. 레이먼드 카버에게 지독한 가난과 저주와도 같았던 부양의 의무가 없었다면 오늘날 '대성당'과 같이 훌륭한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그래서 그의 열악한 상황에 되려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카버는 어느 한 곳에 잘 정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가난 때문이었는데, 그는 아이오와에서도 부인 메리엔과 일을 하며 M.F.A를 수강해야 했다. 그는 새크라멘토로 돌아온 후에 백화점, 서점, 병원 청소부를 전전하며 글쓰기를 병행한다. 67년 그가 첫 번째 파산신청을 하고, 그의 아버지 C.R이 사망한 후 그는 사이언스 리서치 어소시에이츠(SRA)에 교과서 편집자로 취직한다. 여기서 편집자 고든 리시를 처음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이후 카버 문학을 알리고 만드는데 크게 공헌을 하는 인물이다. (출처 : 위키백과)]
 
 가난과 육아
 
 이것만큼 사람의 육체와 정신을 힘들게 하고 예술 혼을 고양시키는 것이 있던가...
 
 행복하여라 지금 쪼들리며 육아에 지친 이들
 창작의 신이 곁에 있으니 천국이 가까움이라
 
 -엄마래퍼 잠언 1장 12절 말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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