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과 과잉으로 신음하는 세상이 보인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난 그 불편한 기분과 복잡한 감정들이란...
그랬다. 영화 속에 나오는 부자들의 멋진 주거환경과 쿨한 라이프스타일은 평소 내가 동경해 마지않던 모습이라 불편했고 기생충에 비유되어 그려진 극빈층의 삶은 나도 지하철을 타며 불쾌해한 적이 있던 냄새가 배어 있어 더욱 불편했다. 그동안 쿨한 삶만 욕망하고 우리 가족의 궁핍만 생각하느라 바빴는데 영화를 보며 어퍼컷을 맞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어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오빠로부터 시골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나는 우리 사회의 '가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오빠는 자기가 담임하고 있는 반 학생 다섯 명 중 두 명이 우울증에 걸려 있다고 했다. 농사짓는 늙은 부모가 아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엄마 아빠 모두 게임만 해서 아이가 방치돼서 그렇다고... 안타깝지만 주거 환경이 열악한 동네일수록 확실히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가 많은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가난이 무서운 이유가 단순히 경제적 궁핍 때문이 아니라 자녀 부양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기 쉬운 환경 속에 소외되는 아이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소외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부적응자로 자라 다시 가난하고 나쁜 부모가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기 쉬우니 말이다.
빈부격차의 문제야 막연하기 이를 데 없지만 자녀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결핍된 계층과 과잉된 계층 간의 문제라면 달리 볼 일이다. 관심과 투자가 결핍된 아이들은 극심한 우울감과 절망감으로 점점 더 사회의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고 관심과 투자가 과잉된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세계 속에서 극심한 이기주의자로 자라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니 말이다.
오늘도 나는 열이 나는 우리 아이를 돌보고 밥 먹이느라 이런 큰 사회 문제에 대한 기막힌 해결책을 생각해 내는데 실패했다. 누가 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하는 방관자의 삶을 사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부질없는 기도만 속으로 읊조려본다.
세상에 아픈 아이들이 없기를... 방치되는 아이들이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