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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Jan 31. 2020

내가 울버린을 낳다니

예측불가의 세계

울버린을 닮은 이 아이. 엄마를 부를 때도 배에 힘을 주고 ‘엄마~!’하며 우렁차게 부른다.


어제저녁에는 거실에서 밥을 먹는데 큰 아이는 좁은 거실 바닥을 앞구르기를 하며 헤집고 다니고 울버린을 닮은 둘째는 책꽂이를 뒤집어 놓고 앉아 엉뚱한 행동을 하고 있고 막내는 하의 실종에 양말을 한쪽만 신고 서는 식탁을 엎으려 알짱대고 있었다.


그 꼴을 보니 내 뱃속에서 나온 세 명(세 놈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엄마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이 하나같이 다 가관이라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렇게 눈물 날 만큼 숨 넘어 가게 웃어본지가 언제인지... 웃고 있는 내가 웃길 정도다.


사진으로 못 담는 순간이 더 많아 아쉽지만 이 아이들은 분명 내게 뜻밖의 웃음과 영감을 주는 나만의 모나리자다.


예전에 어떤 분이 자신은 여행을 하며 예측 불가한 삶을 살고 싶다고 한걸 들은 적이 있는데, 문득 그분께 이런 말을 해 주고 싶다. 예측 불가한 삶을 살고 싶다면 여행을 갈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을 것을 권해 드린다고.


생각지도 않게 울버린을 낳을지도 모르고 예측 불가한 지점에서 웃음이 빵 터져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밥도 혼자 잘 못 먹는 아이가 스스로 피자를 들고 뜯는 모습에 놀라워하며 사진을 찍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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