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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순 Nov 26. 2019

구질구질한 직장생활이 꽤 멋있어 질 때

글은 공부가 아닌 삶에서 나온다

“사실 요즘도 대리운전을 합니다. 콜을 켜놓고 밤에 24시간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괜찮은 노선이 있으면 달려가곤 하죠. 생계에 도움이 되고, 일하는 데 글감을 주니까요. 글의 소재를 준다기보다 글을 쓰는 태도를 유지하게 해 줍니다.”

그가 타인의 운전대를 잡으며 배운 건 ‘글은 공부가 아닌 삶에서 나온다’는 교훈. 대학 연구실에서도 스터디 카페에서도 그는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스펙을 쌓느라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는 ‘진짜 청년’들 틈에서 우아하게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몸을 쓰는 언어’를 찾기 위해 여전히 그는 오늘 밤에도 ‘콜’을 기다린다.(김민섭 작가님 매경 인터뷰에서)

 

글 쓰는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밤이면 대리기사를 뛰는 김민섭 작가님을 보니 새삼 나의 일과 직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에게 대리기사는 먹고사니즘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다. 삶에서 나오는 글을 쓰기 위한 그의 선택이었다.


예전에는 돈을 벌려고 회사를 꾸역꾸역 다녔는데, 이제 나도 김민섭 작가님처럼 직장에 대한 프레임을 바꿔봐야겠다. 돈 때문이 아니라 삶에서 베어 나오는 글을 쓰기 위해 출근한다고... 갑자기 구질구질한 직장생활이 꽤 멋있어 지려한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존재가치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변화하는 극적인 순간)가 되거든. 불타는 사명을 발견하면 더 뜨거운 열정으로 더 멋진 일들을 만들 수 있는 법이지. 하지만 돈만 따라가는 소유형 인간은 열정의 도화선에 이르기도 전에 스스로 지쳐버릴 가능성이 높아... 사람의 행복은 소유의 넉넉함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자네의 존재가치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 바라네.”

“살아 있는 재테크는 바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야. 당장 돈 되는 재테크 정보를 찾아다니기보다 자네가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아붓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테크가 될 것일세.”(고득성의 ‘돈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간’에서)


‘나의 존재 가치를 지키며 살 때 돈은 따라온다’ 고 했다. 현재 나의 존재 가치는 엄마의 자리를 지키는 가정에서, 홀로 글을 쓰는 카페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평소보다 더 시간을 들여 가족의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나도 아침부터 고기를 먹으며 배를 든든히 채웠다. 나와 가족의 건강과 든든한 하루를 위해 아침 식사에 정성을 쏟는 것은 그러고 보면 참 의미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여느 때처럼 카페로 출근을 한다. 오늘처럼 피곤한 날에는 초코과자를 우적우적 씹으며 애써 피로를 몰아낸다. 글 쓰는 유희도 잠시, 핸드폰에 알람이 울리면 서둘러 짐을 챙겨 회사로 향한다. 구글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험블한 직장이지만 ‘여기가 구글이라고 생각하고, 구글 직원처럼 간지 나게 일해보자’ 하며 으샤 으샤 한다. 아침에는 으레 이 정도의 파이팅이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여태 해왔던 자신의 일을 돌연 그만두고 다른 것에 도전하는 것만 용기가 아니라, 여태 해오던 일을 앞으로도, 가능한 오래, 변함없이 지속하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재조명하는 것도 정말 큰 결단의 태도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자신의 현실적인 한계를 직시하는 용기인 것이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조의 글에서)


용기 있게 나의 삶을 바라본다. 대단한 빅 픽쳐를 그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어제 보다 조금 나은 내가 되어 보자고 다짐한다. 지금 내가 마주하는 일상을 충실히 살되, 또 너무 열심히 사는 것에 골몰하지도 말자고 다짐해 본다.


(사진 출처 : 김민섭 작가님 매경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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