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유통기한
언젠가 21세기에는 시간, 공간, 정보를 잘 관리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상당히 일리 있는 얘기라고 맞장구를 쳤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 논리는 너무나 짙은 경제논리를 깔고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 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 인간’의 관점이라면 어떨까...
이런 인간에게는 시간, 공간, 정보가 아니라 ‘영감’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가진다. 충만한 영감으로 자신만의 창조적 세계를 구축한 사람에게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문제가 되지 않고 매일 쏟아지는 정보가 필요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홍수 속에 허덕이며 타임 푸어로 살아가는 데는 ‘창조적 인간’에게 필요한 ‘영감’의 관리를 간과한 탓이 크다 생각한다.
이 즈음해서 영감 관리에 대한 나의 성공 사례를 하나 소개해야 참 있어 보일 텐데, 아쉽게도 나는 그동안 늘 실패 사례의 주인공이었다. 신문을 보고 영감이 떠오르면 어설프게 스크랩을 해두고는 쓰레기 더미를 만들기 일쑤였고, 강연이나 책에서 받은 영감의 조각들도 당시에는 감동을 하며 기록하지만 나중에는 어디에 썼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바보 같은 삶을 반복했다.
영감을 찾아보고, 듣고, 읽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만 어렵게 찾은 영감은 어설픈 기록과 스크랩에 잠시 머무르다 종국에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어디다 써놨는지... 어디다 저장했는지... 어디다 모아뒀는지... 매번 잊어버리니 나중엔 영감의 순간이 왔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했다.
나의 삶과 나라는 사람의 깊이는 왜 시간에 비례해 개선되거나 깊어지지 않는지 몰랐었는데, 여기에 그 이유가 있었다. 누적되지 않고 사라지는 영감들, 바로 매일 아침 리셋되는 영감의 창고 때문이었다. 영감이 쌓여야 그 안에 연결고리와 의미를 만들며 나만의 상상력과 영감이 빚어낸 창조적인 삶을 살 텐데, 나의 영감은 늘 갈 곳을 잃은 채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영감에도 유통기한이 있었다.
나의 경우 그것은 길어야 하루였다.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와 기가 막힌 영감들이 나를 찾아와도 그것은 24시간 내에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다짐한다. 매일 아침 나의 일용할 영감들을 브런치에 기록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