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몬순 Nov 29. 2019

순간을 잡을 것인가, 순간에 잡힐 것인가

그 순간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화양연화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은 언제였나?


돌이켜 보니 어렸을 때는 화양연화의 순간이 자주 왔는데, 나이가 들 수록 화양연화의 순간이 보다 가끔씩 다가온 것 같다. 아마도 이것은 나이가 들수록 삶이 더 복잡해지고 진지해지기 때문이리라... 어른이 되며 행복의 순간이 찰나의 순간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Seize the moment’ 순간을 잡으라는 말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순간의 기쁨에 집착했던 것 같다. 이러다 이 순간을 놓치는 건 아닐까 전전긍긍하면서 말이다.


You know how everyone's always saying seize the moment?
너 어떻게 사람들이 항상 순간을 잡으라고 말하는 줄 알아?

I don't know
난 모르겠어

I kind of think it's the other way around,
난 사실 그게 반대라고 생각해

you know, like the moment seizes us
음, 순간이 우리를 잡는 것처럼

***Commentary

It's true that when we struggle to seize the moment, we already lose the moment to seize
우리가 순간을 잡으려고 분투할 때, 우리가 이미 그 잡을 순간을 잃는다는 건 사실이다

We have to let them slide on the flow rather than making an effort to seize
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리듬에 맡기며 그 순간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Then moments will seize you
그러면 순간이 너를 잡을 것이다    / (영화 보이후드의 명대사와 코멘터리 / 출처 : 형윤의 We are English speakers 네이버 블로그)


영화 ‘보이후드’의 코멘터리는 Seiz the moment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순간을 잡으려고 애쓰지 말고 리듬에 맡기며 그 순간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그러면 순간이 나를 잡을 것이라고. 순간을 잡겠노라 바둥대던 나는 허를 찔린 채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데, 일에만 너무 치여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다” 청계산 자락에 전원주택을 마련해 ‘가수’ 대신 ‘엄마 주현미’로서의 삶을 살았다. 주현미는 그 시절을 자기 인생의 ‘화양연화’로 꼽는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따뜻한 봄 복사꽃이 흩날리는 그림이 머릿속에 떠올라요. 겨울에 소복하게 쌓인 눈 사이를,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장면을 제 인생에 다시 볼 수 있을까요?” (가수 주현미의 매경 인터뷰에서)


며칠 전 주현미 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가 말하는 화양연화의 시기,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것을 바라보는 시기를 나도 살고 있는데, 나의 시기는 ‘따뜻한 봄 복사꽃이 흩날리는 그림이 떠오르는’ 모습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없이 어질러진 집에는 복사꽃 대신 날파리가 흩날리고, 아이 셋은 돌아가면서 아팠다. 직장생활에 매인 나는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기도 녹록지 않아 속상했다. 그래서 였나? 주현미 씨의 화양연화 시절은 나로 하여금 시샘과 부러움을 넘어 자괴감까지 들게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보이후드의 코멘터리에 담긴 글을 읽으며 나는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나의 화양연화의 순간이 그냥 지나가 버릴까봐 초조해 하지도 말고, 다른 사람의 따뜻한 시절을 부러워하지도 말자고. 각자의 삶의 책은 다 다르게 쓰여 있으니 지금의 나의 이야기에 몰입해 보자고. 순간의 흐름을 망각할 정도로 현재에 집중하며 자연스러운 리듬을 타 보자고. 미끄러지듯 더 깊이 몰입하는 나를 순간이 붙들고 싶게 만들어 보자고.


We have to let them slide on the flow rather than making an effort to seize
잡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리듬에 맡기며 그 순간을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Then moments will seize you
그러면 순간이 너를 잡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질구질한 직장생활이 꽤 멋있어 질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