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순탄치 않은 출발
캐나다에 도착한 후 나의 계획은 3개월 동안은 소도시 Halifax에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 뒤 큰 도시에 가서 일을 구해 돈을 벌며 생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3개월 동안은 정말 죽은 듯이 영어 공부를 하기로 다짐했다. 마침내 학원에서 스케줄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날을 시작했다.
첫날에는 레벨테스트를 받았다. 내가 다녔던 학원은 레벨이 1에서 7까지 있었고 레벨 시험은 문법과 지문 읽고 문제 풀기, 사진 보고 설명하기, 원어민과 짧은 대화 정도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실 나는 캐나다를 오기 전에 영어 문법을 오랫동안 가르쳐왔고 문법에 굉장히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스피킹과 리스닝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쉬운 시험이었다. 심지어 학원 측에서 문법 채점을 잘못해서 내가 이거 맞은 거 아니냐 지적해서 맞게 만점으로 수정되기도 했다. 난 그렇게 레벨 6을 받았고 7은 보통 대학 가려는 사람들이나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음 날 수업이 시작됐고,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이제 정말 해외 생활이 시작됐구나!" 하며 마냥 설레고 신났다. 내가 소도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인의 비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내가 있었던 반에는 한국인이 많지는 않았다. 캐나다 어학원에 외국인은 보통 사우디아라비아인,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 브라질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가 있던 반은 사실상 가장 높은 레벨의 반이라 반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힘들지 않을까 많이 긴장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수준이 높지는 않았다. 물론 영어를 정말 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거의 나랑 비슷하거나 못하는 수준이었다. 수업은 한국에 있는 회화 수업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한국에서 하는 수업을 원어민이 영어로만 한다는 것뿐이다. 수업 시간에 내가 실제로 말을 뱉을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내가 학원에 다니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수업 후 프로그램 활동이었다. 방과 후에 여러 활동을 통해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질 기회였기 때문이다. 또 자유롭게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친구들을 만들어 가며 학원에 적응해나갔다.
하지만 학원 수업이 너무 도움이 안 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이미 알고 있고 한국에서 항상 들었던 방식의 수업을 또 들어야 했고, 반대로 내가 필요한 스피킹은 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따지면 정말 한국에 있는 회화학원이랑 대체 뭐가 다르냐는 생각이 들었고 가격을 생각해보니 돈이 너무 아까웠다. 하루에 수업료가 얼마인지 계산해보았을 때 한 달에 100만 원이라 치면, 하루에 거의 5만 원 정도다.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어찌 됐던 아무것도 모르고 타지에 왔기 때문에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어야 했고, 친구를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갈 무렵, 어학원을 그만 다니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아무래도 난 늦은 나이에 졸업을 앞두고 캐나다로 떠났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 것 같다. 사실 처음엔 누구나 열심히 하기는 한다. 아무튼, 그렇게 집에서 틈틈이 공부한 표현들을 친구들에게 사용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면 그 친구들은 이 표현을 공부하지 않았고 배우지 않아서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학원을 등록한 이유는 최대한 말을 많이 하고 스피킹을 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공부한 것은 어디에도 써먹을 수가 없었다. 그나마 남아있던 학원에 다녀야 하는 이유 중 하나였던 “외국인 친구”도 이러한 단점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얘기할 기회는 없었다. 어느 표현을 터득하고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영어 스피킹에 있어서 발음도 중요하지만, 강세와 리듬이 정말 중요하다. 강세를 제대로 주지 않으면 원어민은 단어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학원에서는 외국인 친구와 영어 원어민은 이해하지 못하는 즉, 외국인끼리만 알아듣는 영어를 사용한다. 사실 원어민 선생님조차도 말을 굉장히 천천히 해주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발음에 익숙해져서 곧잘 캐치한다. 그래서 난 학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비효율적이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을 보고 있는 학생에게 "어학원을 가지 마라, 가더라도 일주일 다니고 환불하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굉장히 장점이 많다. 단지 가성비를 따지며 자신한테 정말 맞는지 생각을 해봐야 하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제외하고, 성인에게 있어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는다는 것은 없다. 꼭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나처럼 이렇게 외국에서 학원을 일주일만 다니고 환불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학원 측에서는 나를 증오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학원을 불만족하며 환불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굉장히 많지만 쉽게 환불할 수 없다. 환불을 하자니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도 들고 환불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유학원 측에서 쉽게 처리해줄 리가 없다. 다른 학원을 다시 찾기란 정말 힘들 것이다.
실제로 환불을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말했다시피 환불이 단순히 현지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유학원 측과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 일단 유학원과 어학원, 서로 말하는 게 너무 다르다. 보통 두 학원의 말이 다르면 무조건 유학원 측이 거짓말하는 거라 보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유학원에 환불을 하겠다고 얘기를 하고 계속 시간을 끌어서 1주일이라는 수업을 듣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학원은 이 시차를 악용한다. 그래서 난 어학원 측에 직접 물어봤고, 어학원 측에서는 당장에라도 환불 절차가 가능한데 한국 유학원 측에서 아무런 요청 메일이 없어서 못 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학원 측에서 하는 말은 “원래 게네 처리속도 느린 거 알잖아요.” 였다. 메일도 보내지 않았으면서 무슨 처리 속도를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어학원에도 물어보며 유학원에 닦달하지 않았다면, 환불을 포기하고 3개월을 다녀야만 하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학생이었다면 어학원 환불 과정에서 어학원 측과 영어로 계속해서 소통해야 하므로 시도조차 안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영어를 배우로 왔는데 영어로 수백만 원의 환불을 논의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 밖에 이미 한 번에 여러 달을 등록하고 프로모션 할인을 받고 등록했기 때문에 환불하면 수수료가 많이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유학원을 고를 때 충분히 여러 군데를 다녀보고 잘 골라야 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 중 어학연수로 온 한 동생은 출국 후 등록했던 어학원에서 모든 항의 카톡을 씹고 끝까지 무시하기까지 했다. 모두 자신의 권리를 찾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길 바란다. 만약 내가 환불 과정을 어학원 웹 사이트에서 직접 알아보고 또 어학원 측에 물어보고, 그 사실을 유학원에 말하며 따지지 않았다면 난 수백만 원을 환불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음에는 한국에서 왜 회화 학원에 다니면 안 되는지, 현재 어학원의 실상과 어학원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