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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씨 minjungsea Aug 16. 2021

This is NOT a competition

엠넷의 순한 맛 서바이벌 <굿걸>이 남긴 것


지난 5월 엠넷의 새로운 음악 경연 프로그램 <굿걸 (GOOD GIRL)>의 막이 올랐습니다. 10명의 여성 아티스트가 플렉스 머니(Flex Money)를 걸고 엠넷에서 매칭해주는 팀과 경연을 펼치는 구성입니다. 10명의 여성 아티스트, 엠넷, 경연. 이 세 단어만으로도 이미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잔뜩 경계하고 날이 선 긴장감 넘치는 공간. 이미 우리가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경험한 것이죠. 


하지만 <굿걸>은 여러모로 예상을 벗어납니다. 우선 경연에서 패배해도 아무도 무대를 떠나지 않습니다. 집에 가는 탈락자를 보는데 익숙한 일반적인 경연 프로와 다른 부분이죠. 천만 원이라는 플렉스 머니를 잃을 뿐 다음 무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악명 높은 엠넷 특유의 악마의 편집도, 출연자들 간의 시기와 질투도 없습니다. 'We are a team. This is NOT a competition.'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제시가 한 말을 그대로 뒤집은 것이죠. 


아무도 떠나지 않는 무대에서 멤버들은 음악적으로 자유로워집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준 건 예은입니다. 그룹 CLC의 '단발머리 걔'로 알려진 그녀는 초반부엔 스스로 무대를 기획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회사가 기획을 주도하는 아이돌에겐 낯선 일이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3번의 무대에서 마녀, 바비인형, 인어가 되어 CLC 멤버가 아닌 '개인 장예은'으로 훌륭하게 무대를 마칩니다. 마미손과의 1:1 대결에선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내세우며 정공법으로 맞서기까지 합니다. '아이돌이 왜 아이돌인지 보여주겠다'면서 말이죠. 


퀸 와사비와 슬릭의 무대 역시 <굿걸>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을 조합입니다.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이렇게 큰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말하는 퀸와사비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기존 경연 프로그램이었다면 이 둘은 논란만 안은 채 탈락했을 출연자들입니다.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와 '트월킹하는 19금 래퍼'라는 수식어는 너무나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소재니까요. 하지만 <굿걸>에서는 이 양극단에 있는 두 사람이 함께 무대를 선보이고 말합니다. "색안경 집어치워. 서로 미워하는 애들은 그냥 미워하게 둬. 너무 많아 사랑할게 아직도!" 라고요. 


기존 엠넷의 그것과 다른 순한 맛의 경연 프로 <굿걸>. 자극적이지 않아 화제성은 떨어집니다. 대신 출연자 전원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탈락 시스템이 존재하는 기존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마지막 인터뷰에서 굿걸들은 이 프로그램이 하나의 도전이자 그들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벗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앞으로 그들이 더 새로운 도전을 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하게 될 시작점인 셈입니다. 이제는 <굿걸> 밖으로 나온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HIM 매거진 2020년 8월호에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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