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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Mar 09. 2021

제주 성읍 민속 마을의 구멍가게

수성 흑연과 색연필


제주 성읍 민속 마을에 구멍가게를 보고 어릴 적 생각이 나 오랜만에 수성 흑연과 색연필을 꺼냈습니다.

왠지 두 개의 재료가 그림에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막상 다 그리고 나니 수채화로 그려도 좋았겠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요.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동네에 유일한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공판장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고모가 하시던 가게였어요. 흔히 시골에 보이는 집을 개조한 구멍가게로 옆에는 큰 우물이 있어 동네에 들어서면 반드시 지나가야 하던 목 좋은 구멍가게였습니다. 물론 동네 사람만 이용하기에 목이 좋은 곳이 크게 의미가 없기도 했지만요. 


고모는 조카라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주곤 하셨습니다. 서주 아이스바라는 우유맛 아이스크림. 아직도 가끔 서주 아이스바를 보면 그때의 생각이 나곤 합니다. 작은 가게에 듬성듬성 놓였던 물건들도 기억이 나고요. 


부모님이 큰집에 맡기고 서울로 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도 서울로 거처를 옮기면서 동네의 작은 구멍가게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꽤나 오랜 기간 폐가로 남아 목 좋은 그곳에 남겨져 있었죠. 언젠가 명절에 시골을 찾았는데, 언제 그런 것이 있었냐는 듯 폐가는 헐리고 논으로 개간되어 옛 흔적은 사라져 버렸더군요. 곁에 우물의 흔적만이 이곳에 구멍가게가 있었단 생각을 떠올리게 할 뿐이었습니다.


2시간 30분 정도 그림을 그리며, 이런저런 옛 생각에 모처럼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마 이런 추억이 없었다면 이것을 그려볼 생각이 없었겠단 생각을 하면서요. 




https://www.youtube.com/watch?v=CGKC2QtWv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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