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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라 Aug 22. 2019

엄마가 된 너에게

제주 우도 여행 중에



얼마 전 네가 그랬지. 

큰집에 맡겨져 자랐던 짧았던 그때가 유년시절의 전부였던 것처럼 우리에게 남아있다고.

우리에게 주어졌던 짧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 위로 짙은 슬픔을 드리우게 만들었나 봐.

나는 종종 언제쯤 그것들을 떨쳐낼 수 있을까 아파했었고,

그럴 때마다 너는 아픔을 공유하고 자랐기에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존재로서 자신이 있다고 말해주었을 때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어.

세 아이의 엄마가 된 네가 한 살 터울의 둘째와 셋째에게서 종종 어릴 적 우리를 보게 된다고 했지.

안쓰러우면서도 복잡했던 감정들이 느껴진다 말했어. 

너 역시 언제쯤 그것들을 떨쳐내게 될까 궁금해하던 내게 너는 말했어.


아마도 그것들을 잊기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를 이전보다 이해하게 되었다고.

그때쯤 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것들과 화해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지.

물론 아직까지 쉬이 되지 않는 것은 내가 아직 너보다 자라지 못한 탓일지도 몰라. 

오빠보다 멋진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너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요즘이야.

삶을 포기하려 했던 순간에 새벽녘 택시를 타고 달려와 

해주었던 이야기를 아직 기억해.

다른 이들이 왜 그랬냐는 물음과 왜 그렇게 사느냐는 질책을 건낼 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그땐 내 아이로 태어나. 그럼 그땐 엄마가 못해준 사랑을 내가 줄게.'

라고 말했어. 그 위로가 있었기에 병원에 들어갈 용기를 냈었던 것 같아.

오빠가 제주도에 살고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긴 시간 놀러 올 수 있어 좋다는 말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아이들에게도 이때만큼은 좋은 삼촌이 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지.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했던 우도에서 셋째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이, 

어른이 된 지금의 너와 힘들게 자라왔던 어린 시절의 네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너는 엄마가 되어,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아픔을 기워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을 아닐까.

멀리 보이는 등대마저 아이를 좋은 길로 이끌어 가는 엄마의 상징처럼 느껴지더라.

한동안 먹먹하게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그때 그 말이 생각났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그땐 내 아이로 태어나.

아픔을 오롯이 함께 겪어준 너에게 나는 어떤 오빠로 살아가고 있을까. 

너는 이렇게나 많은 위로와 용기를 내게 건네주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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