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리아 힐, 후박나무 숲에서
이전에 내면과 외부를 밝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했던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vegadora/74
나의 바람들이 모여 반짝이는 빛으로 누군가를 밝히고 싶다는 이야기였죠.
제주도의 유명한 관광지 중에 하나인 카멜리아 힐을 들렀다가 후박나무 숲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많은 조명이 후박나무 가지에 달려 반짝이는 모습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힘든 일상을 버티며 딸과 함께 저를 보겠다고 놀러 왔던 그림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오래전에 그렸던 내면과 외부를 밝히는 빛의 모티브는 어떤 사진에서 가져온 것이었는데, 당시 그림을 그리며 개인적인 소망을 담아 그려봤던 것이 눈앞에 실제로 펼쳐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후박나무에 매달린 빛들이 마치 제가 모아 온 하나의 바람들이고 그 안을 걷는 그림친구의 힘든 일상을 잠시나마 쉬어가라고 밝혀주고 있는 듯한 기분 말이죠.
잠시 먹먹하게 일행과 떨어져 그들이 지나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후박나무 아래 반짝이던 빛들이 그들의 어깨 위에 살포시 감싸지는 듯하던 그날의 풍경.
훗날 제가 더 많은 그림을 그리고, 더 좋은 바람들을 모아 지금보다 성숙한 어른이 된다면 이날의 풍경을 꼭 한번 그려보리라 다짐하듯 펜과 잉크로 선 하나, 선 하나를 조심스레 그어 완성했습니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태양처럼 눈부시거나 칠흑 같은 밤에 길을 밝히는 달이나 아름다운 별과 같지 않더라도 소박하게 켜져 나무에 매달린 전구만큼이나마 제 주변 소중한 사람들의 일상을 비춰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말이죠.
설득력이 있는 말이 하고 싶다면 그런 행동을 삶에 담으라 합니다.
마음에 그런 다짐을 다시 한번 다잡으며 오늘도 내면에 빛을 하나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