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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국내 최초&유일 헬프엑스 여행기①: 유럽편

헬프엑스를 떠난 이유

오직, 헬프엑스라는 여행방식으로만 유럽과 남미를 여행하고 돌아와 두 권의 책을 내면서, 나는 ‘국내 최초&유일한 헬프엑스 여행작가’가 되었다. 아직은 이 책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지만.


첫 번째 헬프엑스 여행은 2016년 1월에 떠났다. 128일간 이탈리아, 영국, 독일, 스페인을 여행했다. 한 나라에서 한 달 이상 머무른 셈이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꽤 길게 여행했다는 정도로 들리겠지만, 나는 내 헬프엑스 여행을 ‘어느 지역’을 여행했다고만 소개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헬프엑스로 대도시보단 중소도시, 작은 시골 마을, 산속 등에 머물렀고 거기서 만난 내 호스트들이 바로 나의 ‘헬프엑스 여행지’였다.      




첫 번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음과 같았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한 시간 정도 기차로 떨어진 ‘포르데노네’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이탈리아 선생님 ‘오리에따’.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국립공원 속에 사는 미국인 시인 ‘제니’. 

영국 런던 외곽의 '공동체마을'에 살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대판 소설을 쓰던 '바네사'.

독일의 아름다운 엘베강 옆 작은 시골마을 ‘트레벨(Trebel’에서 장애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휠체어 장애인 ‘로터’.

그리고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 최북부의 산 ‘피코스 데 에우로파(Picos de Europa)’ 속에서 무료로 요가를 가르치며 사는 아일랜드 요가인 ‘사이먼’.      


베니스 옆 작은 마을, 아시시의 국립공원, 독일 엘베강 옆 작은 마을, 스페인 최북부의 산속… 관광으로는 들어본 적도, 갈 일도 없는 곳일 것이다. 한국에는 알려지지도 않은 곳인 것이다. 내 호스트들은 이런 곳에 산다. 다양한 모습으로 말이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던 교사였지만 남편을 만나 정착하며, 이제는 세계인에게 그와 그의 가족을 만나러 오라고 집을 오픈한 이탈리아 호스트 '오리에따'.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아시시 국립공원에 사는 ‘제니’는 미국인이지만 이탈리아 남자와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딸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었다. 그녀는 이웃 하나 없는 조용한 산속에서 자연에 대한 시를 쓰며,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 수녀와 수사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돈을 번다. 

영국 호스트 '바네사'는 브로드웨이 배우인 남편과 런던 외곽의 공동체마을에 살면서 세 아이를 키우는 작가다. 그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현대판 소설을 완성할 시간이 필요해서 날 불렀었는데(막내인 4살 '미미'랑 하루 4시간만 시간을 좀 보내달라고), 그녀 가족을 통해 만난 런던의 공동체마을은 몹시 흥미로웠다. 심지어 그 마을이 내가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는 공동체마을의 스터디 모델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선 더욱!

독일 호스트 ‘로터’는 그 자신이 휠체어 장애인이다. 젊었을 때 남미까지 가서 장애인 인권을 위해 투쟁한 투사인 그는, 고향인 아름다운 트레벨에 돌아와서 장애인(신체와 정신 장애 모두)이 와서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일 년에 몇 번 열리는 ‘장애인의 성’ 워크숍은 국제적으로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만큼 이슈다. 

스페인 호스트 ‘사이먼’ 또한 놀랍기로는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아일랜드 사람인 그는 젋었을 때 아일랜드부터 인도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인도에서 요가를 배웠다. 스페인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져 이곳 스페인 북부 지역에 정착한 그는 이제는 이혼하고 산속에서 자신의 손으로 돌오두막집을 짓고 무료로 마을 사람들에게 요가 클래스를 연다. 미국인 여자친구 ‘앨리’가 그와 함께 사는데, 놀라운 건 ‘앨리’도 ‘사이먼’의 집에 헬프엑스로 왔던 헬퍼였단 점이다. 머무르는 여행을 하러 왔다가 사랑에 빠져 아예 눌러앉게 되어버린 ‘앨리’의 이야기도 그 자체로 몹시 흥미롭다. 


런던의 공동체마을 공동 텃밭에서 함께 텃밭을 돌보며 친구가 되었다.




어떤가? 나의 헬프엑스는 이런 이들과 관계 맺으며, 이들로부터 다양한 삶의 모습과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그들은 독박이 아닌 세계인의 도움을 받아 육아를 했고, 산속에서 여성의 몸으로 성처럼 큰 집 한 채를 건사하며 고요와 고독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세계를 구축했고, 무엇보다 돈, 자본이 최고의 가치로써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에 통쾌하게 한방 먹이며 한 마디로 '사람냄새 나게'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헬프엑스로 여행하는 이들 전부가 나처럼 헬프엑스를 대하며 여행하는 건 아니다. 혹자에게 헬프엑스는 정말로,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에 비용을 아끼며 머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며, 그렇기에 정말 일손을 돕고 적당히 머무르며 남는 시간엔 바깥으로, 더 바깥으로 여행하려 돌아다닐 수도 있다. 그 또한 헬프엑스의 장점을 충분히 이용하는 것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나의 헬프엑스는 내가 여행을 시작한 이유와 관련이 있었다. 내가 여행을 시작한 이유는 조금 특이했다. 여행이 너무 좋아서 떠나지 않고선 배길 수 없었다던가, 세계일주가 평생 소원이라거나 하는 등의 '여행마니아'여서가 아니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찾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집 사고 차 사면 ‘행복’이 주어지리라 말하는 그 인생. 무엇보다 우리 엄마가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는 그 삶이 정말 내게도 꼭 맞는 옷처럼 ‘꼭 맞는 행복’인지 알고 싶어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살면 나는 정말 행복할까?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만약 내게 맞는 ‘다른 행복’이 있다면, 그건 어떤 모양일까? 세상엔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삶이 있을까? 내 주변엔 온통 공무원이 되고 싶고 선생님이 되고 싶고 안정적인 회사원이 되고 싶은 사람들 뿐인데….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좀 더 넓은 세상엔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랑 완전히 다른 문화에 사는 외국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런 걸 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 최대한 ‘오래’ 머물며 ‘깊게’ 살펴보려면 ‘같이 사는 게’ 제일이었고, 유학 가서 홈스테이를 할 게 아니었으니 우연하게 알게 된 이 ‘헬프엑스’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렇게 다녀온 128일 간의 유럽 헬프엑스 여행은 2018년, 정은문고라는 출판사를 통해 <모모야 어디 가?>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나는 여행 동안 보고 들은 것을 일기로 썼고, 그 일기를 정리해 다섯 군데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중 하나가 정은문고였고, 운 좋게 2018년 우수출판콘텐츠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으면서 첫 번째 헬프엑스 여행기는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첫 번째 헬프엑스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내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그러나 3년 뒤인 2019년 11월, 나는 남미로 두 번째 헬프엑스 여행을 떠난다. 남미에서부터 시작해 최소 2년동안 전 세계를 헬프엑스로 살아보리라 결심하고. 


http://aladin.kr/p/mKnx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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