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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행의 의미를 확장하는, '교환여행'

다양한 종류의 교환여행 이야기

여행 또한 하나의 산업이 되어버린 오늘날, 우리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 여행을 상상하지 못한다. 'XX투어'에서 파는 다양한 여행상품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자유도가 높고 주체적으로 계획하는 배낭여행이라도 숙소는 현지의 호스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관광은 입장권을 끊거나 아니면 기획된 각종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이 모든 게,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이다. 


헬프엑스는 완전히 다르다. 현지 호스트의 공간에서 함께 머물며 때론 친구처럼, 때론 가족처럼 지낸다. 그들이 소개하는 곳에는 아기자기한 일상의 공간 뿐 아니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명승지도 있다. 호스트에게 그곳은 단지 일상의 공간일 뿐이지만, 헬프엑스 여행자(헬퍼)는 그 일상을 잠시 함께 누리며 삶의 경험을 확장한다. 헬퍼가 호스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일손(재능)'이며, 호스트가 헬퍼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정주하는 일상'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마음'이 있다. 




이런 식의 교환여행이 헬프엑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그 종류가 굉장히 많고, 헬프엑스는 그중 하나일 뿐이다. 몇 개만 예를 들어볼까. 


우프 대표웹사이트 메인 화면. 우프코리아, 우프USA 하는 식으로 각 나라별로 우프 사이트가 따로 있다.


헬프엑스와 개념이 완전히 비슷한 것으로 워크어웨이(Workaway)가 있다. 우프(WWOOF)라는 것도 있다. 다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프 또한 일손을 돕고(재능을 기부하고) 그곳에 머무는 방식 자체는 동일하지만 호스트의 성격이 다르다. WWOOF를 풀어쓰면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다. 이름처럼, 전 세계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장들만 우프 호스트가 될 수 있다. 헬프엑스와 워크어웨이는? 호스트가 굉장히 다양하다. 대도시, 중소도시, 시골마을, 산속, 사막... 다양한 곳에서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나는 페루 아마존 정글 속에서도 헬프엑스를 했다. 내 호스트는 아마존 정글 속 공동체마을을 만든 프랑스인이었다.  


일손과 숙식이 아닌, 집과 집을 교환하는 형태도 있다. HomeExchange라는 웹사이트에서는 서로의 집을 교환해서 살 수 있다. 홈 스와핑(House Swaping)이라고도 한단다. 가령 나는 서울에 사는데, 너는 파리에 산다고? 그럼 우리 서로 집을 교환해서 2주 정도 살아볼래? 하는 식이다. 훌륭한 매칭 상대를 만나면, 2주간 여행하면 좋을 곳, 친구들을 소개해주니 여행자의 설렘은 그대로지만 현지 정착(landing)이 굉장히 빠를 것이다.  




뭘 교환하길 원하지도 않는, 순수한 '환대'의 웹사이트도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다. 카우치는 '소파'와 같은 말인데, 소파가 '앉는 개념'에 가깝다면 카우치는 '누울 수 있는' 좀 더 넓이가 넓은 가구를 뜻한단다. 침상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서핑은 인터넷'서핑' 할 때 그 서핑이다. 

한 마디로 카우치서핑은 호스트가 "여행하는 게 가끔은 고되지? 나도 그 마음 잘 알아. 우리 집에 남는 방은 없지만 남는 침상(소파)가 있어. 그곳이라도 괜찮으면 하룻밤 편히 쉬다 가."하고 자기 집의 카우치를 내어주는 웹사이트다. 나도 헬프엑스로 여행 중, 베를린린 대학생의 집에서 두 번의 카우치서핑을 했다. 헬프엑스와 또 다르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호스트 카리나와 함께 보러 갔던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또 다른 환대의 웹사이트로 웜샤워즈(Warmshowers)라는 것도 있다. 말 그대로 '따뜻한 샤워'라는 뜻인데, 주로 네덜란드, 독일 등 자전거 여행이 발달한 지역에서 유용하다고 한다(나도 해보진 않았다). 자전거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굉장히 힘들다. 자기가 먹을 식량, 물, 옷, 텐트 등 다 짊어지고 무거워진 자전거의 페달을 밟노라면 기쁜 와중에 '현타'가 올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카우치서핑과 마찬가지로 "자전거 여행 나도 해봐서 알아. 힘들지? 우리 집 와서 하룻밤 자고 따뜻한 샤워로 몸 녹이고 가."하고 자기 집을 내어주는, 자전거 여행자의 네트워크가 바로 웜샤워다. 국경을 넘어 자전거 여행이란 기억 하나로 대동단결하는, 정말 끈끈한 네트워크가 아닐 수 없겠다. 


이렇게 먼저 환대를 베푸니, 일반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숙소처럼 하룻밤 자고 열쇠 반납하고 말없이 나올 수 있겠는가? 당연히 가진 것 중 뭐라도 주고, 무엇이라도 돕고, 어떤 다정한 말이라도 건내며 힘껏 끌어안고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거기서 인간으로서의 '교환'이 일어난다. 


웜샤워즈 웹사이트 메인 화면




이밖에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교환여행 방식이 있을 것이다. 헬프엑스는 이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엔 몇몇 모험심 강한 여행자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이 방법들로, 외국에서는 수많은 청년, 커플, 부부와 아이, 친구들이 여행을 한다. 

헬프엑스를 통해 호스트는 자신의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여행자는 '다른 삶을 관찰하고 경험한다'. 그리고 그 결과 둘 모두, '자신을 확장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억과 관계는 덤이다. 


여행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리고 여행의 방식도 그만큼 다양하다. 더 많은 이가 새로운 여행을 상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발견한 무엇을 품고 새롭게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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