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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bizen Dec 31. 2022

22년 금융권 디지털의 5가지 트렌드

유통쪽 DT를 하다가 금융권 DT로 넘어온지 6년이 넘어간다. 여전히 금융권에 대해서는 낯설지만, 그래도 디지털의 관점에서 금융을 해석하는 능력이 약간은 생긴 것 같다. 년말을 맞이하여 제가 보는 22년 금융권 디지털의 움직임을 철저한 개인적인 시각으로 짧게 정리해보겠다.




첫번째, 멈춰진 Digtial Transformation


금융 기업들은 일부 제 2금융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초대형 기업의 형태이며, DT는 대형 컨설팅과 함께 시작합니다. 고비용을 지불하고 만들어진 보고서는 '조직문화'와 '업무 프로세스' 등이 강조되고, 덕분에 전형적인 Low Hanging Fruit의 모습이 되었다. 


조직문화는 '조직문화'는 애자일이고, '업무 프로세스'는 클라우드와 DevOps로 귀결되는 동일한 모습이다. KB의 플랫폼조직, 우리의 ACT, 하나의 셀 조직등이 대표적인 부산물이다. 이런 전략은 어쩌면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기업의 규모가 큰 만큼 오랜동안 지속해서 투자하고 노력하며,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 맹점이 있다. 


그런데, 경제 상황에 가장 민감한 금융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DT에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여유가 줄어들었다. 하반기에도 몇몇 큰 이슈들이 나오긴 했지만, 모두 오랫동안 추진되던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 것일 뿐...  먼저 DT로 달려간 몇몇 금융권들의 전략은 관성에 의해 어느 정도 흘러가겠지만, 그마저도 하지 않았던 금융권들은 내년에는 더욱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오리무중 마이데이터


1년에 페북에 이런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1. 사업의 본질: 스크랩 기반으로 잘 하고 있던 사업자를 보고, 굳이 '관리'를 하겠다며 금융위가 만든 '딱지(라이선스)' 사업

2. 수해자 : 솔루션을 제공하는 ㅋ사, 대형 SI사업자(L사, S사), 인증서를 제공하는 ㄴ사

3. 최대 피해자 :스크랩 기반으로 마이데이터와 상관도 없는 사업 잘 하고 있다가, 의도치 않게 API로 수정해야 하는 일부 사업자

4. 가장 어리석은 자 : 데이터가 뭔지도 모르면서, 금융위 라이선스 따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뛰어들었지만, 내부 개발자를 구하지 못하고 일정 연기되면서 SI사에 비용만 퍼주고 있는 레거시 금융사

5. 가장 현명한 자 : 마이데이터를 시작으로 데이터 레이크와 분석 플랫폼을 정비하고 장기적인 마케팅 플랜을 세우는 기업(실존하는지는 알 수가 없음)

6. 고객 : 이 모든거에 관심 1도 없음



올 한해의 마이데이터는 제 예상에서 전혀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금융권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지난 10월 기준 마이데이터서비스 누적 가입자는 약 5854만명(중복 포함) 정도가 된다. 올해까지는 초년이었지만, 문제는 내년부터이다. 


마이데이터의 서비스 특성상 활성화 사용자와 무관하게 가입자수가 증가하는 만큼 배치로 돌아야 하는 트랜잭션은 증가하고, 이는 고스란히 비용이 된다. 내년 상반기에 720개로 확대되는 정보제공항목에 대한 추가 개발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서비스적인 활성화 방안과 BM이 나오지 않는다면 서비스를 하는 금융기업에게는 적지 않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각 금융사가 주고받은 자료 등(사실은 중복이 엄청 많죠)은 1200억 건을 넘고 있다.




세번째,  아직도 풀리지 않은 Private Cloud vs. Public Cloud의 선택


금융권의 Cloud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다. KB는 이미 자체적인 KB One Cloud를 안정화하고 있으며, 신한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센터를 Public Cloud기반으로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추가적으로 얼마전에 신한 DS는 그룹 클라우드 통합운영센터 오픈하기도 했다. 하나는 ‘하나 클라우디아(Hana Cloudia)’를 앞세워 통합 MSP와 Public Cloud에 대한 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도 ‘그룹 공동 클라우드'의 2차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문제는 Contents와 Quality이다. 'Why Cloud?'에 대한 이해와 환경이 너무 상이하니, Contents는 제각각이다. 급하게 IaaS 형태로 Public Cloud로 Migration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 IaaS 형태로 이사를 하다보니 Oracle 라이선스에 발목이 잡힌다. DB는 Legacy에 남고, 어플리케이션만 Public으로 가는 다소 어색한 모양새도 적지 않게 된다.


이렇게 Public Cloud로 달려가던 금융권이 올 하반기부터 다시 1차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되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예상했던 비용보다 Public Cloud가 훨씬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Why Cloud?'에 대한 대답 중에 '비용 효율'이 있었던 대부분의 금융권 전략에서는 고민이 되는 지점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도 계획 중에 Public Cloud 기반으로 많은 발표를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다시 On-Premise나 Private Cloud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지주사 중심의 슈퍼앱 전략으로 정리되는 앱 포트폴리오


초반, 기존 금융권들이 카뱅과 토스의 진격에 많은 긴장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많은 밴치마킹 보고서와 컨설팅이 이루어졌고, 자연스럽게 채널 단일화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특히, 토스의 One App 전략에 대응하고자 슈퍼앱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KB의 'KB스타뱅킹'과 신한의 '쏠(SSOL)',  농협의 ‘NH올원뱅크’를 시작으로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기존 앱들을 정리하고 은행앱을 중심으로 기능을 통폐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금융권앱들의 '서비스 종료' 공지가 가장 많이 올라간 해가 올해가 아닌가 싶다. 


목표도 명확하고, 전략도 맞아보인다. 오류 많고 느리고, 고객이 어떤 앱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혼동스럽던 모습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빅테크에 비해 떨어지는 경쟁력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실행이다.


빅테크와 달리 기존 금융권의 상품은 역사도 오래되었고, 상품의 수도 다양하다. 라이선스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각 계열사들의 요구나 사용자의 이용 행태도 다르다. 이걸 하나의 슈퍼앱에서 어떻게 보여주고,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느냐는 온전히 UX, 개발, 인프라적인 숙제이다. 또한, '슈퍼앱'의 정의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해보겠다.




다섯번째, 여전히 남아 있는 '플랫폼'이란 숙제


이 이야기는 인터넷 은행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카뱅과 토스에 기존 금융권들은 많은 견제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조금 결이 바뀌었는데, 결국 상품과 자본력에서는 카뱅과 토스의 한계가 있다라는걸 확인하면서 안도를 했다. 문제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다. 카뱅이 의외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헤매는 반면, 토스는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았다. 토스의 여러 노력과 장점이 있겠지만(이 이야기도 따로 한번 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 중금리 대출 연계에 대해서는 이제는 절대적인 자리매김을 해 버린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가 되니 DT 시작할 때, 컨설팅 업체에게 설명을 받았던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다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동안 디지털 업계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토스가 하는 대출 연계'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고민 끝에 작년 말부터 등장한 화두가 BaaS(Banking as a Service)이다. 그리고,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올 한해 동안 몇가지 움직임이 있었다.


KB 증권은 BaaS기반으로 비대면 투자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올리’를 출시했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취임식에서 BaaS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사실, 금융권에서 BaaS가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코스콤의 마이데이터,  저축은행 중앙회 시스템들의 전형적인 BaaS 형태이다. 지금까지 사용자로서 사용을 했다면, 본격적인 플랫폼 비즈니스를 BaaS의 형태로 나아간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다만, BaaS 가 제대로 돌기 위해서는 상단의 API만 있다고 해결되는건 아니다. 보안 취약점과 전체 시스템의 위험 분산을 위해 전체 아키텍처를 MSA 처럼(분명히 '처럼'이라고 했다) 나눠야 하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과 제휴를 하여 자체 생태계를 확장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결국은 인터넷 뱅킹은 채널 경쟁력을 가지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기존 금융권은 백본 자체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모양새를 갖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Data 중심에서 AI로의 변경,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경험 부족, Core Banking에 대한 고민, 오프쇼어링 도입 등에 대한 주제가 있는데, 이 부분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5개로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다시 한번 철저한 개인적인 의견임을 강조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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