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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재 Aug 27. 2017

무비패스 : 멈춘 발걸음의 속상함

초대권이 가진 표지판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브런치 무비패스
6개월간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 : brunch movie-pass

7월.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선, 무비패스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영화에 관해서 솔직하고, 담백하게 쓰고 싶어서 브런치에 지원했던 그 날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시나브로 피어오르는 꽃 봉우리의 움직임처럼, 내 마음속에 설레임이 틔워지고 있었다. 기뻤다. 나의 글이 어떤 공간에서 보다 확장적으로 제시될 거라는 일련의 욕심이 생기는 것이 기뻤다. 가감 없이 말하자면, 6개월 안에 10번의 시사회를 초청받을 수 있다는 장점에 대해 집중한 대목이 컸다. 무엇보다 시사회라는 부분은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가장 큰 이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뻤던 무비패스 발급완료. 

1.
기뻤다. 내 글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들어간 게 기뻤다. brunch에서 보인 무비패스는 그랬다. 즐거움과 기쁨을 느껴본 적이 꽤 오래되어, 권태와 나태의 행렬에 멈춰있던 나를 깰 수 있게 만들어준 드문 기쁨이었다. 아울러, 내가 글을 쓰고 내가 아닌 타인이자 누군가가 그걸 어떤 방식으로든 읽어준다는 것이 꽤 기뻤다. 그리고 그런 활동을 장려토록 해주겠다는 기회를 주는 것은 더위나위할 것 없이 기뻤다. 더군다나 kakao에 칼럼식으로 실린다는 것은 가슴 벅찬 기회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 기쁨도 잠시. 글을 쓸 기회를 가진 시사회는 지역구인 부산에서는 열릴 것 같진 않다. 첫 시사회였던 영화는 이수 메가박스, 두 번째는 중구 충무로의 대한극장, 세 번째 영화는 CGV 중 으뜸이라는 서울 용산 CGV다. 그렇다. 장소가 죄다 서울에서 열린다.

부산에서 일 마치고 올라갈 수가 없다. 결국 다 못 볼 것 같다는 일련의 직감이 맞아떨어졌다. 솔직하게, 가감 없이 말하자면 속상하다. 서울에 살았더라면 보다 더 좋은 기회에 좋은 글을 좋은 감정을 풍족히 쓸 수 있을 텐데.

초대권이 풍풍 날아오는 거만 봐야 하니. 몸도 푹푹 찌는데, 마음은 팍팍 삭아들어간다. 그냥, 가격 면이나 시간이나 내 돈 주고 여기 극장에서 보는 게 더 싸고 값지게 친다. 그렇다. 결국은 도루묵이다.


영화는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와 보는가가 영화의 완성이다.

2. 
왕가위 감독의 말처럼, 누군가와 같이 본다는 것을 제외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내심 플랜을 짜둔 부분은 있었다. 일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면 되겠다.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에 치이고 퇴근을 하면 빠르면 6시 늦으면 7시 반. 이렇듯, 시간이 도저히 도움을 주질 않는다.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의 일이 도움을 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역이 주는 400km의 거리감은 너무하다 싶다.

문득, 무비패스에 지원했던 영화 <인내의 돌>을 볼 때 여주인공의 입장이 생각난다. 지속적으로 공습이 떨어지는 불안전한 이라크의 그곳에서 자신의 남편이라는 속박된 존재에 의해 자신의 삶과, 가치를 돌이켜 볼 수 없었던 여주인공. 지금의 내 상황이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현실에 처한 '일'이라는 노동의 가치를 놓을 수 없을뿐더러, 내가 원하는 것을 보러 가자니 너무나 먼 거리감이 자리한다. 그럼에도 <인내의 돌> 영화에서 말했듯 잠깐 다가온 이 불만과 불행을 굳세게 이겨 내다보면 기회는 오리라. 

말은 이렇게 하지만, 참 속상하다. 나에게 '이리 오라' 하며 초대권을 주고 표지판을 만들어 주었으나, 발걸음은 이곳 부산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초대권이 가져다주는 표지판만 물끄러미 바라볼 뿐. 이 멈춰진 감정선이 너무나 속상하게 다가온다.


괜히 신청한 걸까.
시사회 초대권을 보고 있자니 너무 속상하다.

너무 보고 싶었던 <더 테이블> 시사회. 아쉬움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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