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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마 Jun 29. 2024

우선, 위가 아프지 않을 때까지만— 휴식 프로젝트(2)

6월의 번아웃. 그것을 벗어나게 해 준 (별건 없는) 하루 루틴

 

 하늘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청명한 초여름의 밤.

 나는 선선해진 여름의 바람을 느끼며 글을 쓰고 있다.


 이제 곧 장마라더니 벌써 바람이 시원해졌다. 늦게까지 떠있는 해 덕분에 반팔을 입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더운듯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이 뛰노는 계절. 저 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라디오처럼 떠들썩하다. 여느 해보다 조금 일찍 무더워진 6월. 이달 말쯤이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이 생동하는 계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으나, 사실 어딘지 모르게 가라앉은 마음을 제대로 추스를 수 없어 조금은 괴로운 6월을 보냈음을 살며시 고백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5월 말부터 지금까지,

 나는 영어 수업을 총 6번을 쨌다.


 그것도 좋게 얘기해서 쨴 것이지 엄밀히 말하자면 그냥 하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말로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계속 미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와중에도 계속 체한 듯이 속이 답답했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었던 식욕과 무기력. 이건 정말 고민이 많았던 청소년기나, 여러 가지 일들로 조금은 우울했던 이십 대 초중반을 제외하면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바빴던 것도 아니었고, 다른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문자 그대로 '할 수가 없어'서 하지 못했다. 백수인 신분으로는 꽤나 거금인 수강비도 냈고, 화상영어수업을 신청했을 때는 분명 의욕도 충만했었는데 그 당시의 나는 어째선지 그 자그마한 스트레스에도 견딜 수가 없어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펑 터져버렸다.


 이런저런 일들로 나름 굳은살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번달의 나는, 내 안에 어느 전선이 하나 고장 나버린 듯했다. 아주 자그마한 스트레스나 압박에도 견디지 못하고 쉽게 선이 녹아 불이 꺼졌다. 예전에는 하루종일을 달려도 멀정했던 몸이 어딘지 모르게 조금 쉬언찮아진 기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부터 십까지.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던 몸이 이제는 삼이나 사 정도에서 탁 불이 나가버렸다.


  — 짧고도 긴 서른의 오늘.

 이렇게 적기에도 민망할 만큼 내가 살아온 삶은 너무나 짧지만, 그 몇 년이라도 돌이켜보건대 그동안 나는 바보 같은 꿈들을 꾸었고 (엄밀하게는 지금도 꾸고 있고), 또 그것을 쫒다 때때로 자주 인생의 변수들을 마주하고는 했다. 그러다가 올해야 비로소 진정한 독립을 (그것도) 다른 나라로 준비하며 혼자 살 궁리를 하고 있는, 사실 아직도 다 자랐다고 하기엔 한참 남은 철부지인 나는, 지난 화에서 말했듯 새로운 목표가 생긴 찰나였기에 지금의 내 상황이 조금 당혹스러웠다.


 이상하다,

 오랜만에 늦잠도 자면서 나름 잘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내 몸은 또 왜 이런 건지.


 고백하건대 나에게 있어 진정한 쉼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종종 '행복한 사람'을 뜻하곤 했다. 그러기에 어쩌면 나에게는, 나를 몰아세우지 않는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이 꿈은 작고도, 사실 꽤나 어려운 일 임이 분명했다.


 글을 쓰면서 돌아보니 어쩌면 최근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소울'을 본 덕분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목적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라는 것. 서론이 이렇게나 길어버리고 말았지만, 사실 오늘의 글의 요지는 간단하다.


 '심신의 평화를 위한 (조금) 예민한 사람의 베스트 모닝과 나이트 루틴을 찾는 여정

 +그리고 플러스, 갑자기 찾아본 개복치 상태 —번아웃을 이겨내고자 하는 기록‘


 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존재들이고, 저마다의 답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좋은 방법일 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명 수정이 필요한 사항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강한 어조라기보다는, 지나가는 어떤 사람의 효율적이었던 하루일과 정도로 여겨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몸과 마음이 편안한,

 그런 날들이 가득한 하루하루들을 더 많이 보내기를.




~그리하여 시작은 부담 없이 아주 간단하게~



 독자분들이 이미 벌써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생각보다 단순한 인간으로서, 하고 싶은 거는 놀라운 추진력으로 쉽게 저질러 버리고는 하기 싫은 일들은 놀라울 만큼 잘하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사실 그렇게 참 자랑은 아닌 일이다)


 그래서 무슨 일을 이끌어 나갈 때는 오히려 살살 스스로를 달래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멘털이 튼튼한 상태에서는 나 스스로에게 당근을 주든 채찍을 주든 달리는 경주마처럼 쌩쌩 잘 나가니 잘 신경 쓰지 못하다가 요즘 같은 개복치시기에 그러한 전략이 빛을 바랐다는 생각이 들어 (별거는 아닐지언정) 공유하고자 펜을 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자, 우선 캐릭터 스테이터스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던가. 짧게 스케줄러를 짜기 전 나의 개인적인 성향을 공유하고자 한다.


소마, 여성, 어느새 올해 30살 (만 29살)

(1) 예민해서 쉽게 잠이 들지는 못한다. 아주 얕게 자는 타입이다.
-> 장점은 잠에 큰 미련이 없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일찍 잠이 들려면 조금 예열이 필요하다.

(2)  투두리스트 중독자
강박에 쉽게 사로잡히는 편이다. 해야만 하는 일들에 예민하고, 타임라인이나 다른 약속이 있으면 그것을 처리하는데 온 신경을 뺴앗긴다.

(3) 약간의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다.
그래서 제대로 끝내지 않을 것 같으면 오히려 잘 시작하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시작하는데 쉽게 어려움을 겪고는 한다. (쉽게 두려워져 실행하는 것에 큰 결심을 해야 한다)

(4) 불안도가 높고 생각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다. 떠오르는 생각 탓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기분이 자주 든다.

(5) 가볍고 따뜻한 북돋음을 사랑한다.
가벼운 위로에도 용기를 얻고, 시작부터 기대치를 낮추면 오히려 성취감을 쉽게 얻는다.



1. 모닝루틴의 경우



 타임라인으로 나열해 본 나의 요즘 모닝루틴이다. 우선 실행해 보고 뭔가 불편하면 조금씩 수정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므로 조금씩 조금씩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수 있겠다.



6시 10분 기상 - (30분까지는 뒹굴거릴 수 있음)

6시 30분쯤 운동 시작 -> 7시 30분까지 

(본 운동시간은 약 40-45분 정도로 땀이 충분히 날만큼이나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했다.)

7시 30분부터는 아침 산책 및 커피 사 오기

8시 10분 하루를 위한 아침 노트 적기

8시 30분 아침 먹기 

(시간을 정하지는 않고 그때그때 달라진다. 그러나 지키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뭐 보면서 먹지 않고, 1번에 1개만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최소 12시간 ~ 최대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려고 한다.)

9시 즈음 본격적인 하루 일과 시작

-> 최근에는 대체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워홀을 가야 하므로 공부도 맞지만 지극히 생존을 위한 ‘일’인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침루틴은 간단하다. '6시 20분쯤 기상 - 아침운동 45분 - 산책과 커피 - 8시 15분쯤 아침밥 - 9시쯤 본격적인 (영어공부)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차이점이 있다면 할 일당 여유시간을 꼭 20분이라도 둔다는 것이다. 즉, 최소한의 여유시간을 꼭 남겨놨다. 20여분의 변수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도록 고려한 스케줄이다.


 사실 원래의 나 같았으면 시간표처럼 분단위로 정확한 시간을 정하여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고는 했는데, 그렇게 하니 나같이 강박을 갖기 쉽고 조금 예민한 타입은 생각보다 더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지난 오 년간의 병원투어로 새삼 깨달았다. (잠시 눈물을 좀 닦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을 지키거나, 혹은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지키지 못하는 상황들이 나에게는 모두 다 쉽게 스트레스가 되고는 했다. 결국 이번에는 생각의 관점을 바꿔 애초에 시작부터 모든 일정을 여유롭게 짜두니 그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쓰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게 되어,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만족도와 집중력이 더 좋아지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일을 시작한다면, 지금보다 30분 정도는 좀 더 일찍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두 번째, 계획은 아주 쏘 이지하게 세웠다.

 매일 단어 100개를 휙휙 멋지게 외우고 복습까지 하고 싶지마는 그냥 큰 욕심을 내려놓고 20개로 바꿨다. 100개를 하다가 안 하고 3일만 하다 포기하는 것보다는, 20개라면 껌이지 하면서 매일 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니까. 운동도 마찬가지다. 원래 시작은 딱 10분 스트레칭만 하는 것이었다. 조금씩 늘려보니 운동 후 적당히 졸린 것도 버틸 수 있고, 내 몸이 상쾌해지는 시간이 40분 내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침에 쉬운 목표일지언정 뭐라도 하나 해낸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니, 불안도가 높은 나는 놀랄 만큼 안정을 찾았다. 그냥 아침에 영어공부라도 끝낸 것이 나한테는 큰 위안이 됐던 것이다. (워홀을 간다고 하니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주 높아진 덕분도 있는 것 같다)


 정리해 보자면,

 월-금요일까지 주중 매일 혹은 3일을 하되, 한 번에 딱 1개만,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여유시간을 두고, 최소 난이도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일주일 중 하루는 아무 계획도 없는 쉬는 날 만들어줘서 자유도를 주기!


 그러한 과정 중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것이 있다면 아침에 소소하게나마 스트레칭이라도 꼭 하고, 커피를 사 오는 명목으로 햇빛을 꼭 받았다는 것이다. 나의 의욕 없음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준 일등공신이 그 둘이 아닌가 슬그머니 생각해 본다.




2. 저녁루틴의 경우



 오늘의 아주 약간 첼린징한, 너무 어렵지 않은 일정들을 거의 다 잘 맞췄다면 (물론 몇 개는 내일로 미뤄도 좋다), 이제 슬슬 잘 때가 되었을 것이다. 원래는 9시부터 잘 준비를 시작했는데, 뭔가 너무 이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근래에는 9시 반 정도로 타협을 보고 있다. 그 후로 이어지는, 최근에 정한 나의 저녁 루틴은 다음과 같다.



9시 반 알람이 울리면 마무리하고 책상 정리를 한다.

이어서 10분-20분 저녁 스트레칭 하기

그 이후에는 가볍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기를 쓰고, 가방을 챙기거나 내일을 준비한다.

10시 10분에는 무조건 씻기

10시 30분 이후로는 자유시간. 재미있는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긴장을 푼다.

11시 30분에는 잠이 오든 안 오든 일단 눕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핸드폰은 꼭 조금 먼 책상에 두기.



 이렇게 정리는 해놨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10시 즈음 씻고 나서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퇴근’이라 선언한 셈이다. 씻고 나온 그 시간부로는 내가 해야 할 것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존재하지 않다. 그때부터는 해야 하는 것이라는 목록들은 최대한 지워두고 마음이 편해질 만한 재밌는 것들을 본다. 그리고 11시 반에는 잠이 오든 안 오든 일간 눕고 나서 핸드폰을 전혀 만지지 않도록 치워두었다.


 이제 시작한 지 3주 정도 되었는데, 이런 작은 행동들이 생각보다 숙면에 효과를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얕디 얕았던 수면의 질이 뭔가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나의 경우에는 핸드폰을 투두리스트로 사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뭔가 가까이 있으면 더 정신이 각성하는 기분이 들고는 했는데, 앗싸리 그냥 침대에서 멀어지는 것 만으로 예민한 스위치가 한 단계 꺼진 듯한 기분이 들어 잠이 드는 것이 조금은 용이해진 기분이었다.




~사실 (그렇게 별거는 없는) 모닝, 저녁 루틴은 여기까지~



 나열해 보니 클래식한 사항들이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산재하는 수많은 방법들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잘 맞는 루틴이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내려갔다. 혹시 모를, 나와 같은 독자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우리 모두 오늘도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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