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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Mar 11. 2023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을 추모하며.

Burt Bacharach, 

전 세계 음악 팬의 환대를 받으며 세상을 떠난 위대한 작곡가         

  

팝의 좌표와 장르의 귀결을 이끌어 낸 Burt Bacharach

사람은 태어난 이후 사회 속으로 들어서며 각자가 지닌 능력에 맞는 처우를 받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받는 대우와 대접이 같을 수는 없다. 서로를 맞이하고 마주한 우리는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며 최선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의 시집 [광희의 속삭임(문학과지성. 2008)]에 수록된 ‘방문객’의 첫 소절이다. 언젠가 교보문고 광화문 건물에 내걸렸던 이 시구는 여러 사람에게 소통과 환대에 대한 경각을 주었다. 한 사람이 삶을 마감했을 때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고인의 지나온 길을 회상하거나 고인이 남긴 여러 결과물에 마지막 찬사를 더한다. 특히 삶을 마감한 거장들의 흔적에는 한 시대를 상징하고 세대를 포용하는 과정과 특별했던 결과물들이 오롯이 남겨진다.           

2023년 2월 8일 미국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프로듀서였던 거장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이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팝과 재즈, 영화음악 등에 큰 영향을 끼쳤던 그는 20세기 대중음악의 좌표를 제시했고 21세기에 파생된 여러 장르를 귀결해 낸 인물이다. 미국의 유명 작가 윌리엄 파이나(William Farina)는 “버트는 20세기의 거의 모든 유명 음악가와 연결된 유서 깊은 작곡가이다.”라고 그의 음악 인생을 묘사했었다. 1952년 냇 킹 콜(Nat King Cole)의 ‘Once In A Blue Moon’으로 데뷔했던 버트 바카락은 1,000명 이상의 뮤지션과 녹음을 진행했으며, 팝과 재즈는 물론 컨트리, 록,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작품활동을 펼쳤다. 생전에 그는 미국에서 73곡, 영국에서 52곡을 차트 상위권에 랭크해 낸 작곡자로 기록되었다. 또한 대중과 뮤지션들에게조차 끊임없이 추앙받아 오던 그는 6개의 그래미상(20번 이상 노메네이트)과 3개의 아카데미상, 에미상 등을 수상했다.  

        

레뷔의 맥을 통해 팝을 진화해 내다

서양 대중음악의 시작점에는 뮤지컬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북쇼(Book Show)와 레뷔(Revue)가 존재한다. 버트 바카락의 음악 세계는 뮤지컬 가운데 음악을 위주로 연출이 이루어지던 양식인 레뷔에 영향받은 흔적이 강했다. 그의 초기 음악의 특징이라면 작곡이나 연출 등의 구성요소가 한 사람에 의해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레뷔의 독특한 방식이 유독 많이 발견된다. 버트는 이를 토대로 재즈와 이지 리스닝 등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버트 바카락이 지향했던 음악의 방향성은 재즈와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활용하는 가운데 아날로그의 깊이를 풍성하게 연출하는 방식 역시 주효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단순히 작곡자의 역할뿐 아니라 편곡과 지휘, 제작 등에도 관련해 나왔다. 조지 거쉰(George Gershwin)과 어빙 벌린(Irving Berlin), 제롬 컨(Jerome Kern) 등 틴팬앨리의 주역이었던 거장들의 영역이 로큰롤의 등장 이후 주춤했던 것과 달리 버트 바카락은 미국 대중음악의 줄기 안에 자신의 음악을 꾸준하게 투영해 나왔다. 그의 음악 인생은 ‘미국 대중음악의 시작과 역사였다.’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버트 바카락은 1957년 빌보드 컨트리차트에서 1위에 올랐던 마티 로빈스(Marty Robbins)의 ‘The Story of My Life’부터 작사가 할 데이비드(Hal David)와 공동 작업을 진행하며 수많은 명곡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곡으로 클리프 리차드(Cliff Richard)의 ‘(It's) Wonderful to Be Young’(1962), 바비 빈튼(Bobby Vinton)의 ‘Blue on Blue’(1963), 톰 존스(Tom Jones)의 ‘What's New Pussycat?’(1965), 맨프래드 맨(Manfred Mann)의 ‘My Little Red Book’(1965), 실라 블랙(Cilla Black)의 ‘Alfie’(1966),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의 ‘The Look of Love’(1967), 허브 앨버트(Herb Alpert)의 ‘This Guy's in Love with You’(1968), B. J. 토마스(B. J. Thomas)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1969), 션 필립스(Shawn Phillips)의 ‘Lost Horizon’(1973) 등이 있다. 2003년 실라 블랙이 노래한 ‘Beginnings’는 두 사람이 공동으로 진행한 마지막 음악이었고, 할은 2012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61년부터 1972년까지 주요하게 진행된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은 특별히 디온 워윅(Dionne Warwick)을 위한 곡들이 작곡되고 연주된 특징도 지닌다. ‘Don't Make Me Over’(1962)를 시작으로 이어진 두 명인의 공조는 디온 워윅의 이름 아래 ‘Walk On By’(1964), ‘I Say a Little Prayer’(1967) 등 30개 이상의 노래로 발표되었다. 이 듀오는 2012년 미국 의회도서관으로부터 거쉰 상(Gershwin Prize)를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버트는 할과의 합작 외 마티 로빈스(Marty Robbins), 페리 코모(Perry Como), 진 맥대니얼스(Gene McDaniels), 제리 버틀러(Jerry Butler), 피터 알렌(Peter Allen), 캐롤 베이어 세이거(Carole Bayer Sager) 등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서도 적잖은 히트곡을 내놓았다. 이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던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의 ‘Arthur's Theme (Best That You Can Do)’(1981), 패티 라벨과 마이클 맥도날드(Patti LaBelle and Michael McDonald)(1986)의 ‘On My Own’이 대표적이다.           

수려한 하모니와 멜로디의 매력적인 음악을 꾸준하게 발표해 나온 버트 바카락은 음악 안에 여러 감정의 매듭과 선을 반영해 냈다. 그가 완성한 음악은 여러 장편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도 채택될 정도로 다채로운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영화 ‘오스틴 파워(Austin Powers)’ 시리즈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음악을 향한 그의 유쾌한 발상은 8편의 TV프로그램과 영화 출연에서도 이어졌다. 레뷔의 맥을 충실히 실천해 낸 버트 바카락의 작품은 ‘카지노 로열(Casino Royale. 1967)’을 필두로 10여 편의 사운드트랙,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 등과 함께 작업한 오케스트라 앨범, ‘My Best Friend's Wedding(2021)’ 등의 뮤지컬 음반으로도 남겨졌다.           


현재를 향한 과거의 맥을 유려하게 이끌어 나온 버트 바카락의 음악혼은 향후에도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며 우리 곁에 함께 할 것임에 분명하다. 

글/고종석


- 이 글은 월간 재즈피플 2023년 3월호에 개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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