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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yd 고종석 Sep 02. 2024

리뷰:Exit Eden

리메이크의 매혹을 넘어 매력적인 창작곡을 가미

매혹을 넘어 매력적인 창작곡을 가미한 Exit Eden     

비가 내린 후 볕이 내리쬐는 지방의 어느 카페였다. 얼음이 유독 많이 담긴 커피는 검붉은 색감 못잖게 텁텁했다. 후더운 바깥 공기와 다름없는 실내 온도는 서서히 짜증을 불러냈다. 음악과 거리가 먼 듯한 인테리어, 그럼에도 나지막하게 흐르는 음악은 저니(Journey)와 CCR, 케니 지(Kenny G)를 지나 낯익은 멜로디에 이르고 있었다. ‘Total Eclipse Of The Heart’였다. 노래방에서도 쉽게 부를 만큼 너무 많이 듣고 흥얼거리던 곡이다. 올라오던 짜증이 가득 찼기 때문일까. 음을 따라가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그런데 ‘이 곡, 원곡이 아니다. 뭔가 다르다.’ ‘미트 로프(Meat Loaf)가 다른 가수와 듀엣으로 불렀나?’ 조금 더 유심히 듣던 곡의 목소리는 조 카커(Joe Cocke)의 창법이나 스타일도 아니었다. ‘무명 가수들이 원곡을 커버한 ‘카페노래’ 류인가?‘ 그런데 원곡 고유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바탕을 이루는 연주가 왠지 헤비하고 프레이즈의 흐름마저 맹렬하다.      


그날 이후 한참을 지나서 알게 되었다. 그 곡을 가창한 이들은 엑시트 에덴(Exit Eden)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 엑시트 에덴에 대한 정보가 더해졌다. 이들은 팝 명곡에 달라붙어 자신들의 음악을 치장하는 파파라치같은 지향점을 지닌 이들이라는 점을. 레이디 가가(Lady Gaga), 리한나(Rihanna),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와 숀텔(Shontelle), 더해서 마돈나(Madonna)와 디페쉬 모드(Depeche Mode)까지. ’이들은 커버 전문 파파라치임에 분명하다.‘고 정의내렸다. 그럼에도 커버에 대한 촬영 실력이 무난하다. 심포닉메탈이라는 탈을 쓰고 이미 히트한 팝과 록의 명곡을 커버하는 밴드, 그럼에도 엑시트 에덴은 웅장하며 고풍스러운 기품과 심포닉메탈이 지녀야 할 여러 요소를 지닌 밴드였다.      

엑시트 에덴은 멤버의 구성 역시 흥미롭다. 미국과 브라질, 프랑스, 독일 국적을 지닌 각기 다른 음역의 보컬로 구성되었다. 데뷔 앨범 [Rhapsodies in Black](2017)에 수록된 곡은 모두 커버곡이었지만, 선곡의 영역이 무척 방대했다. 이들이 가창하는 음악은 다수의 뮤지션들이 사이드로 참여해서 연주 파트를 담당하는 특징도 지닌다. 에피카(Epica), 에드가이(Edguy), 미스틱 프로퍼시(Mystic Prophecy), 아반타시아(Avantasia)의 뮤지션과 전문가가 함께 하는 이유로 엑시트 에덴의 연주와 음악의 질은 상당한 수준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한계와 기대를 동시에 갖던 엑시트 에덴의 새로운 앨범 [Femme Fatales](2024)이 발표되었다. 이번 앨범에는 카멜롯(Kamelot), 에피카 등에서 활동했고, 엑시트 에덴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던 아만다 섬머빌(Amanda Somerville)이 빠져 있다. 멤버 보강 없이 3명의 보컬로 축소된 엑시트 에덴은 나이트위시(Nightwish) 등에서 활동하던 마르코 히에탈라(Marko Hietala)가 참여한 ‘Run!’을 먼저 내놓으며 분위기를 밴드에 집중시켰다. 12곡이 수록된 이번 음반에는 커버곡을 절반으로 줄였다. 저니와 앨리스 쿠퍼(Alice Cooper), 펫 숍 보이스(Pet Shop Boys)의 선곡은 전작에 빗대어 그렇다 치자. 그런데 맙소사! 마릴리온(Marillion)과 밀렌느 파머(Mylène Farmer)의 곡이라니, 흥미로움이 배가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더한 재미는 현악 파트가 매우 두텁게 자리하고 있는 6곡의 창작곡이다. 이는 선공개된 ‘Run!’부터 여실히 발견된다. 매끄러움을 넘어 탄탄한 음의 색채가 확연하게 전달되기에 충분하다. 보다 많은 창작곡이 더해질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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