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철, 피컨데이션, 윤석철 트리오
22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종합분야와 장르분야 후보가 발표되었습니다. 저는 올해에도 재즈분과장과 선정위원으로 참여하며 ‘최우수 록노래 부문’의 후보 <김수철 ‘너는 어디에’>와 ‘최우수 메탈&하드코어 음반 부문’의 후보 <피컨데이션 [Moribund]>, ‘최우수 재즈연주 부문’의 후보 <윤석철 트리오 [나의 여름은 아직 안 끝났어]‘에 대한 선정의 변을 더했습니다.
2025년에는 소외되거나 고립된 장르,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는 여러 음악인과 음악들이 대중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길 바랍니다.
데뷔 10주년을 지나 [12주년 기념 음반](1988)을 뒤늦게 냈을 때의 기발함에 광음의 정서가 더해진 [김수철 45주년 기념 음반]의 타이틀곡이다. ‘너는 어디에’는 현란하고 다채로운 록의 기법과 국악의 진미를 대중음악에 투영해 온 김수철이 오랜 시간 동안 품어왔던 한을 새겨낸 작품이다. 한국대중음악의 창작 방식에 확장과 확대를 이끌었던 그다운 음의 기품이 서린 이 곡에는 담담하면서도 애절한 감성이 처연하게 흐른다. 무엇보다 관계와 우정의 가치를 담고 있는 이 곡은 언제든 ‘생각나는 사람(1985)’을 잇는 김수철 음악의 본질을 보여준다.
단단하고 깊지만 넓지 않은 국내의 인지도에 비해 해외에서 지지층을 확고하게 형성한 피컨데이션의 3집이다. 익숙하지만 보다 더 잔인해졌고, 무난하지만 난폭한 사운드로 무장된 9개의 수록곡은 변화난측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Reeks of hypocrisy’와 ‘Xenomorphic ruination’는 카니발 콥스와 다잉 피터스에 견줄만한 리프와 오리진을 마주하는 듯한 블라스트 비트의 물결로 청량감이 넘친다. 감상하는 내내 시간이 소모되는 느낌보다 평온한 내실로 채워지는 아름다운 브루탈 데스 메탈 작품이다.
이 시대의 대중이 바라는 재즈의 묘미를 누구보다 잘 다룸과 동시에 음의 미학을 즐길 줄 아는 뮤지션이 바로 윤석철이다. 그는 자신이 리드하는 트리오를 통해 이론적으로나 감각적인 면에서 균합되고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 나왔다. 윤석철 트리오가 5년 만에 내놓은 이번 앨범에는 ‘도전’과 ‘열정’ 등 10개의 주제를 바탕으로 여전히 ‘즐겁고도 익숙한’ 윤석철 트리오 음악의 풍미가 담겨 있다. 다채로운 리듬을 축으로 재즈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편안하게 들을만한 곡들로 채워져 있으며. 여느 재즈 음반보다 발랄하고 단안한 멜로디는 고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