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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감성이 말랑하게 그을려진

Big Head Todd and the Monsters

by Floyd 고종석

Led Zeppelin의 트리뷰트 음반 중 1995년에 제작된 [Encomium: A Tribute to Led Zeppelin]은 참여 뮤지션들의 면면 뿐 아니라 각 곡에 대한 해석과 연주의 고리가 남다른 작품이었다. 정상급 밴드로 등극해 가던 Hootie & The Blowfish, Stone Temple Pilots, 4 Non Blondes, Blind Melon을 비롯해서 Never the Bride, Tori Amos, Duran Duran에 이르기까지 여러 음악성을 지닌 뮤지션이 참여하면서 특별한 기획물로 평가받았다. 다양한 장르로 승화되었던 수록곡 중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트랙은 [Led Zeppelin III](1970)의 명곡 ‘Tangerine’이었다.

[Led Zeppelin III]에서 과도한 재생을 유발했던 앞면의 ‘Immigrant Song’, ‘Since I've Been Loving You’보다 홈의 상처가 더 컸던 뒷면의 ‘Gallows Pole’과 ‘Tangerine’. 특히 ‘Tangerine’은 페달 스틸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를 바탕으로 연주된 발라드 넘버로 Yardbirds 시절부터 몇 가지의 버전을 거쳐 완성되었던 곡이다. 엄밀히 ‘Tangerine’은 Keith Relf와 John Paul Jones, Jimmy Page의 음악적 센스가 혼재된 Led Zeppelin의 포크적 기운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Encomium: A Tribute to Led Zeppelin]에서의 ‘Tangerine’은 Big Head Todd and the Monsters에 의해 새롭게 다듬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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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에 결성된 이후 14집 [Her Way Out](2024)까지 발표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 나오고 있는 Big Head Todd and the Monsters는 콜로라도에서 태어난 한국계 뮤지션 Todd Park Mohr(보컬, 기타, 키보드, 색소폰)를 중심으로 결성된 밴드이다.


1989년 [Another Mayberry]으로 데뷔했던 이들을 대표하는 앨범인 [Sister Sweetly](1993)가 재발매를 앞두고 있다. 전체 트랙의 작사·작곡을 담당한 Mohr의 재능이 빛을 발한 이 음반은 100만 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성공작이었다. 음악적으로도 얼터너티브와 그런지로 점령되었던 당시의 록 신에서 블루스와 펑키, 포크, 컨트리를 뒤섞은 연주를 바탕으로 팀은 정상급 밴드로 안착할 수 있었다. 수록곡 가운데 타이틀 곡 ‘Broken Hearted Savier’는 투박하고 거친 톤과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을 지닌 넘버이다. 홍대 주차장 골목에서 펑펑 내리던 눈을 맞으며 들었던 이 곡의 ‘감성’은 한 달 후 입대했던 부대에서 ‘충성’으로 이어져 아쉬웠다. 수록곡 중 ‘Soul for Every Cowboy’와 ‘Tomorrow Never Comes’는 1990년대의 여러 향수를 유추하는 아련함마저 지니고 있다. 그리고 다채로운 감성이 말랑하게 그을려진 ‘Bittersweet’는 표현을 더할 필요 없는 1990년대 록음악의 합체물이다.


*다시 듣는 오늘에도 느낀 점이지만, Todd Park Mohr는 보컬 스타일과 걸쭉한 목소리가 고등학교 선배였던 故박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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