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나 May 01. 2022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1

멕시코 방황기(彷徨記) 9편

와하카(Oaxaca)에서 돌아왔다. 마리나의 집에는 새로운 게스트가 있었다. 에어비앤비에 올려둔 게스트룸에 새로운 손님이 생겼나 보다. 러시아에서 온 가족이었다. 엄마 그리고 중학생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아들과 초등학생으로나 보이는 딸이었다. 이들은 쿠바에서 한 달 살이를 하고 이제 막 멕시코로 넘어왔다고 한다. 어린 자녀들에 비해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이 여성은 쿠바에서 어린 시절의 러시아를 보았다고 했다. 이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자 나를 앞에 앉히고 쉴 새 없이 이야기하는 여성을 앞에 두고 차마 와하카에서부터 이고 지고 온 나의 피곤함을 전하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며 이야기를 듣다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 뒤로 마리나의 게스트 가족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다음 날, 투어 차량을 놓쳐서 가지 못했던 테오티우아칸의 날이 돌아왔다. 이번에도 투어 버스를 놓치면 낭패였다. 비싸게 돈을 들여 우버나 택시를 타고 가야 할지도 몰랐다. 


'오렌지 색 깃발을 기억해. 오렌지 색이야.'


마음속으로 되니이며 픽업 장소로 나갔다. 약속 시간 10분 전 밴 한 대가 내 앞으로 멈추어 섰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렌지색 깃발을 든 한 남성이 밴에서 내렸다!


투어의 인원은 총 6명. 가이드와 기사를 제외하면 투어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4명이고 그중에 3이 미국에서 왔다. 나 말고도 혼자 이 투어에 참여한 율리아는 미국 뉴욕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였는데, 그녀는 미국 출신이 아니라고 했다. 그녀가 말하는 곳을 도통 내가 알아듣지 못하자,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구글맵을 꺼내 자신의 고향을 손가락 집어 알려주었다. 


민스크. 바로 벨라루스의 수도였다. 


우리는 함께 신의 도시, 테오티우아칸으로 떠났다. 


멕시코시티를 벗어나니 우리나라에서 '달동네'라 부르던 작고 낡은 집들이 빼곡히 보이는 마을을 여러 번 지나칠 수 있었다. 가이드는 여러 곳의 지명을 말하며 매우 치안이 좋지 않고 위험한 곳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마리나의 집에서 안전하게 따뜻하게 보내느라 멕시코로 향하기 전 내가 느꼈던 치안의 불안함을 잠시 잊고 있었다. 


투어 차량이 출발한 지 1시간이 되지 않아 허허벌판의 하늘만이 전부인 세상에 도착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 저 멀리 흐릿하게 테오티우아칸의 모습이 보였다. 아즈텍 문명의 흔적을 돌기둥에 새겨진 문양들을 통해 비로소 느끼며 입구를 지나 우리가 먼저 간 곳은 바로 '달의 피라미드'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우 차다 차. 멕시코 이에르베 엘 아구아의 노천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