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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 May 02. 2022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2

멕시코 방황기(彷徨記) 10편

테오티우아칸에는 2개의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바로 '태양의 피라미드'와 '달의 피라미드'. 언제부터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피라미드란 이름을 멕시코에서 들으니 낯설기도 하고, 실제로 이집트의 피라미드에는 파라오의 유물과 미라(사체)가 보관된 것에 비해 이곳은 신전이나 제단에 더 가까웠다. 심지어 테오티우아칸(Teotiuhacan)이라는 이름이 '신이 태어난 곳'을 의미한다고 하니 피라미드 하면 쉽게 떠올리는 거대한 무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불리는 명칭에서 느껴지겠지만 '태양의 피라미드'가 '달의 피라미드'보다 규모면에서는 압도적으로 크지만, '달의 피라미드'가 역사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만큼 지어진 시기도 더 오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 영화에서 보았던 무자비한 원주민들이 살아 있는 인간의 가슴을 열어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꺼내 제물로 바치고는 시체를 발로 차 버려서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그 장면은 바로 '달의 피라미드'에서 행해졌던 제사의 일부였다고 한다. 


우리는 겁에 질린 한 인간이 힘겹게 올라가 심장 없이 굴러 떨어졌을 그 계단 위를 직접 올라가기로 했다. 


사실 높이도 만만치 않았지만 계단의 경사가 너무나 가파른 덕에 공포가 햄스트링의 통증을 잊게 해 주었다. 게다가 오르는 공포는 내려가는 공포에 절반도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등반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달의 피라미드에서 본 태양의 피라미드


달의 피라미드에 올라 내려다 보이는 메인 통로가 바로 '죽은 자의 길'이라는 곳이라고 한다. '죽은 자의 길', 

'죽은 자의 날' 멕시코는 죽음에 관해서 만큼은 다른 문화에 비해 '긍정'의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시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자 '죽은 자의 길'이 괜한 이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 사이에 다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태양의 피라미드'로 장소를 옮겼다. 언젠가 가보았던 이탈리아의 폼페이처럼 유적지의 보존이 꽤나 잘 되어 있어 벽화나 배수로, 화장실과 같은 인간이 살았던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뒤늦게 우리는 테오티우아칸이 아즈텍의 가장 큰 도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양의 피라미드에 도착하니 투어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나는 이제야 메인에 온 것인가 했는데 가이드는 이미 설명을 다 했으니 마저 올라 다녀오라며 근처 돌기둥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미국에서 온 율리아와 구시렁거리며 다시 태양의 피라미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달의 피라미드'보다 더 컸던 탓에 오르는 게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엄청나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휘청이는 것 같았다. 


태양의 피라미드에서 본 달의 피라미드

태양의 피라미드까지 보고 나니 가이드는 우리를 한 기념품 가게로 안내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이드의 권유로 가게 된 레스토랑에서 멕시코식 바비큐를 먹고 나자 투어는 종료했다. 나는 투어에 가기 전 아침부터 투어가 끝나고 어딜 갈까 고민을 했는데, 구글맵을 뒤지다가 재밌는 곳을 발견했다. 


바로 '메르까도 로마(Mercado Roma)'. 처음에는 멕시코의 또 다른 공예 시장을 찾으려고 '메르까도'라고 검색을 했는데 웬 수입 식료품 마켓이 등장한 것이었다. 멕시코 안의 수입 식료품 마켓이 나는 왠지 궁금해졌다. 게다가 리뷰들도 하나 같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율리아는 저녁을 먹으며 '메르까도 로마'에 간다는 나의 계획을 듣고는 함께 가도 되냐고 물어왔다. 그렇게 율리아와 나는 투어 밴에서 함께 내리게 되었다. 가이드는 참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 함께 어딘가에 간다며 중간에 내려달라고 하자 굉장히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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