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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 May 03. 2022

수입 식료품 마켓, 메르까도 로마

멕시코 방황기(彷徨記) 11편

율리아와 나는 우버를 불러 '메르까도 로마'에 향했다. 초면의 둘은 오히려 둘만 남게 되자 왠지 서먹해지고 말았지만 다행히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한 덕에 더 어색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멕시코 안의 수입 식료품 마켓이라 부르는 메르까도 로마는 멕시코시티에서 열흘 가량 있으면 가본 가장 세련된 공간이었다. 약간 대형 쇼핑몰의 푸드코트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말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의 고메494 같은 분위기가 아닐까.



사실 수입 식료품 마켓이라고 해서 굉장히 힙한 라이프스타일 잡화점 겸 식료품 매장이 함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꽤나 늦어져서 식료품을 파는 매장은 이미 문을 닫고, 술과 음식을 파는 매장들만 운영하고 있었다. 율리아와 나는 저녁을 이미 먹었기에 아이스크림과 칵테일 하나씩을 주문하고는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실내 한편에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더니 사람들이 악기를 가지고 무대로 보이는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된 재즈 라이브 공연. 



율리아는 그 모습을 보더니 "아이 러어어브 쟤즈~!"라고 하고는 나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 했다. 해석하기에 '오늘 너의 선택 너무 좋았다. 칭찬해.'의 느낌이랄까. 연륜이 느껴지는 외모의 드러머부터 젊은 재즈 보컬리스트까지, 생각지도 못한 재즈 호사에 노흥 박치인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 몸이 움직여졌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을 재즈 공연을 즐기며 율리아와 짧은 대화 (공연 즐기느라 대화할 시간이 없...)를 나누고는 밤이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율리아는 SNS 계정을 알려주며 언젠가 미국에 오면 연락을 하라고 했다. 나 역시 한국에 온다면 꼭 알려달라고 했다. 우리는 그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매우 인상 깊었던 멕시코에서의 하루를 둘 다 기억하고 있음은 분명할 것이라 믿는다. 


멕시코시티에서의 늦은 밤거리에서 외국인 여성 혼자 다닌다는 것은 사실 실제로 본인이 체감하는 것에 비해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굉장히 불안하고, 위험하게 느껴진다. 아마 그동안 멕시코라는 나라에 대해 들어왔던 이야기들 때문인 것 같다. 율리아와 나는 그 점에서는 막상 와서 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 라는 부분에서 완벽하게 공감을 하고 있었다. 


율리아는 그 어두운 밤에 호텔까지 걸어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런 그녀에게 아무리 그렇지 않아 보여도 조심 또 조심해서 돌아가길 바란다고 인사를 했다. 나는 K 드라마에 빠진 딸을 가진 한 남성 기사가 운전하는 우버를 타고 30분 넘게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리나의 집으로 돌아갔다. 


멕시코는 카르텔과 같은 마약 집단도 있지만, K 드라마에 빠진 사람들도 많다는 의외의 사실에 웃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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