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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월 Mar 05. 2018

남편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

좋을 텐데... 응? 좋나...?

나는 1인 기업으로 작은 회사를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일도 어느새 햇수로 3년째인데 아직도 마감날이 다가오면 마음이 다급해지고 무언가 불안해진다. 

혹시 업무 중 놓친 것이 있는지, 전표 입력을 하지 못한 것이 있는지 등의 걱정이 밀려오기 때문인데

그래서 말일이 되면 남편과 주고받은 카톡 목록을 1일 자부터 주욱 정독하며 확인한다. 

우리는 주로 카톡으로 업무내용을 주고받아서 둘의 카톡방은 건조하기 그지없다. 


나는 그동안의 전표를 다시 살펴보고 숫자가 잘못 표기된 것이 있는지 수량이 잘못되어있는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바쁜 말일에든 웬만하면 약속도 잡지 않고 해야 하는 집안일 중 꼭 해야 하는 일만 후딱 해치우고서는 회계프로그램과 엑셀 파일을 째려보듯 쳐다보는 시간을 가진다.  

업체마다 전화를 해서 월말 금액을 맞춰보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일이 사실 가장 기본적인 일인데 이일에 익숙지 않은 나는 아직도 전화기를 들기 전 가벼운 심호흡을 하고 해야 할 말을 되뇌어본 후 전화를 한다. 회사를 다닐 때는 다른 업체와 전화를 하고 확인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은데 경리업무와 발주, 단가 협의 등 전반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낯설어 그런가 아직도 신입처럼 어렵다. 



남편은 이런 일을 주로 하는 회사에 다닌다. 그래서 나보다 훨씬 더 이 일에 익숙하고 잘한다. 

초반 2년 정도 나의 잦은 실수로 자주 싸웠다. 

나는 이 일이 익숙지 않으니 조금만 너그럽게 이해해주면 안 되겠냐고 주장했고 

남편은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 더 이상의 실수는 봐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수를 인정해야지 왜 이런저런 핑계를 대냐며 남편도 많이 화를 냈었다. 

그렇게 투닥투닥하며 2년을 보냈고 실수는 나의 잘못임을 인정하였다. 

나는 빡빡한 남편의 모습에 서럽기도 서러웠지만 

우리 먹고살게 해주는 일이니 잘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예전에 나는 절대 미래의 남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던가 회사를 운영하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과거 내가 1년남짓 다니던 회사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회사였다. 남편은 대표였고 아내는 딱히 어떤 직책 없이 우리와 함께 일을 했다. 두 분이 싸운 분위기라도 풍기면 직원들은 자동적으로 눈치를 봐야 했고 영 편안하지 못한 회사생활을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인생 계획대로 되는 건 역시 없다. 먹고살려다 보니 지금 나는 남편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다. 서로 기분이 나쁘지 않게 배려하며 한 걸음씩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어느 한 명이 갑의 입장에 서고 을의 입장에 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마 내가 다녔던 대표님 부부가 운영했던 회사도 확실하진 않지만 아내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부족해 우리와 함께 일했던 언니(대표님 아내분)는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요즘 우리 부부는 업무 관련 문자를 주고받을 때면 은근히 귀여운 존댓말을 사용한다. '전표 입력해주세용' '이거삭제용' '추가발주용' 등등의 '용체'로 문자를 쓰는데 기분이 좋다. 


어느새 봄이 성큼 온듯하다.

아직도 바람은 차지만 1월의 그 찬바람보다는 많이 따듯해지고 햇살도 따듯하다. 

2018년 한 해, 계획한 돈 쓸 일이 많은 만큼 열심히 해서 많이 벌고 많이 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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