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을 하는데도 고민이 필요했다
2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요란한 비바람이 불던 날, 나는 우리동네에서 만나기로 한 엄마를 마중하러 가는 중이었다.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와 좀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한 아주머니가 비를 맞고 서계셨다.
한 손에 우산이 하나 더 있던 나는 주변을 의식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씌워드려야하나, 우산을 그냥 드릴까 고민하다 급하게 산 우산은 엄마를 주기로 한 우산이라
차마 드릴수는 없었다. 5초정도 고민하다 나는 천천히 그 아주머니 옆으로 다가갔다.
"잠깐 같이 쓰고 계세요"
"아니에요 괜찮아~ 이미 다 젖었는데 뭐하러 써요~"
"어디까지 가세요?"
"나 여기서 건너서 한참 가야되요"
"저는 바로 저 정류장까지만 가야되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쓰세요~"
신호등은 금새 초록불로 바뀌었고 짧게나마 우산으로 비를 피하도록 도와드린 후 그 아주머니는 마음이라도 고맙다며 인사를 하시고 가셨다. 이놈의 낯가림, 부끄러움.... 우산 하나 쓰윽 내밀어 같이 비를 피하는 것 뿐인데 그 말한마디 하기를 고민했다는게 스스로 민망했던 날이었다.
생각해보면 모르는 사람에게 먼저 도움을 주었던 경험이 참 적은 것 같다.
특히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던 적은 극히 드물었다.
주변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라던가, 요즘엔 잘 없지만 시간을 물어보는 사람같은 경우 타인이 나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라 나는 부끄러움같은 것 없이 잘 알려드리곤 했다.
나는 누가 나에게 '우산좀 씌워주세요', 혹은 '짐좀 같이 들어주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도움을 주었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했기 때문일것이다. 또 '누가 도와주겠지' 라고 생각해버렸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씁쓸했다. 어쩌다 이렇게 차가운 사람이 되버린건지.
하지만 2월의 마지막 날은 따듯한 날이었다.
책상 위 달력에 '참 잘했어요' 도장 하나 찍어주고 싶은 그런 날이었다.
올 해는 그렇게 살고 싶다.
나만 보지말고, 내 주위도 좀 보면서 살고 싶다.
누가 먼저 손내밀어주겠지 기대하기보단 내가 먼저 내밀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