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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월 Oct 03. 2018

어쩌다 직장인

운이 좋게(?) 취업에 성공한 30살 아주미..

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려면 부부의 맞벌이가 필수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게 나는 전공과 경력을 애써 살려가며 얼떨떨하게 취업에 성공했다. 

집은 인천, 직장은 용산.


운이 좋았다.

이번에는 '취업을 해야지'하고 마음을 먹고 한 3번째정도로 이력서를 넣었던 곳이었고

면접을 보고 온 날 바로 전화가 와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력서를 100군데쯤은 넣어보려는 각오를 다졌었고, 면접 또한 마음 편하게 갔던 터라 그랬던걸까?

매번 면접자인 나는 '을'이고 면접보는 직장은'갑'이라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그런 생각을 버리고 여유를 가지고 임하다 보니 쉽게 합격한 것 같다.


물론 대표의 마인드도 중요했다.

나에게 결혼, 출산에 대한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고

오히려 전 여직원들이 남자친구를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 아쉽다는 얘기를 꺼내며

이미 인천에 정착해 어디 지방으로 떠날일이 없는 나를 다행으로 여기고 있던 것 같았다. 


 

결혼하고 27에 다시 직장을 찾아보려 애썼으나

면접을 붙어 가는곳마다 출산에 관해 물어보았다.

스물일곱의 나이에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출산계획은 어떻게 되냐, 남편 저녁밥은 어떻게 할것이냐 라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질문을 받아가며 그렇게 어려운 면접을 거쳤지만

결국 그때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고 그리하여 자영업의 길로 뛰어들었으나 3년 반만에 폐업의 길을 들어섰다. 

그래서 다시 직장을 찾아야 했고

그렇게 나는 곧 '출근'이라는 걸 한다.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찾았고, 운이 좋게 들어가게 되었지만

그 이후의 계획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매일 나와 같이 붙어있던 댕구. 

당장 집에 약 8시간을 혼자 있어야하는 하얗고 귀여운 댕구가 걱정이다. 

산책을 다녀오지않으면 밥도 먹지않고 배변도 보지않는데 이를 어떻게 당장 해결할 방안이 없다.

가끔 남편이 4시정도 귀가하니 다행이기도 한데 여튼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리고 임신.

아이는 낳을 생각인데 이렇게 일이 되어버렸으니 1년은 다니고 낳아야하나 하는생각이 든다. 

요즘 친정 모임만 가면 아기는 언제낳냐며 친정엄마가 우는 소리를 하신다.

아이가 싫어서, 낳기 싫어서 안갖는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계산해보면 아이를 갖고부터 모든것이 돈이다.

병원검사비, 아이용품 까지밖에 아직 아는것이 없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돈이 줄줄이 나갈것인데

당장 남편혼자 벌어오는 돈만으로는 우리두식구 생활하기도 넉넉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다들 그냥 그렇게 맞추어 사는걸까?



10월,

3년간 집에있다

다시 나가려니

이상하게 벌써 월요병이 생길것같은 기분이다.

그 출퇴근시간의 버스와 지하철을 다시 견디려니

차를 끌고다닐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출퇴근 정체속에 있는것보단 대중교통이 낫겠다 싶다. 


월요병이 재발해도, 일요일마다 우울해도 다 잘되려니 생각한다.

요즘 또 깨달은게 하나 더 있는데

오늘 내가 내일 나와 절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오늘 우리의 재정상태, 행복이 좋다고

일주일 후, 한달 후에도 좋을 것이란 보장이 없는건데

난 그동안 오늘 좋았으니 내일도 좋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니

하루, 하루

또 하루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한다.


그래도 벌써 출근하기 싫은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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