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짠한 뒷모습을 보며...
삶이 팍팍하다는 의미는 돈이 없다는 의미와 같은뜻이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 부부의 삶은 말 그대로 닭가슴살보다 더더더 팍팍하다.
인생이란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평탄한 길도 있는법 아니겠냐며 요즘 우리부부는 내리막길 초입에
들어선 듯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매달 사업수입으로 들어오던 돈이 0원이 되었으며 때문에 외식, 간식비용을 모두 줄이고 아울렛, 백화점은 아예 가지도 않게 되었다.
이 때문일까?
남편은 1년에 한번 내생일에 해주던 설거지를 요즘들어 일주일에 세네번씩 해주고 있다.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았는데 먼저 싱크대앞에 서는 남편의 모습이 요즘따라 낯설고 미안하다.
잘 벌어오던 돈을 못벌어와서 그러는건가 싶어 물었다.
'여보, 요즘 설거지를 왜이렇게 자주해줘?'
돌아오는 답은
'반찬이랑 식탁치우는게 더 귀찮아서' 였다.
직접적으로 말은 못하겠지만 남편은 미안했던 것 같다.
몇달간 미용실 한번 못갔다며 투정아닌 투정을 했는데 그런말을 하지 말걸 그랬나보다.
남편 마음 한구석엔 미안함과 스트레스가 한뭉탱이로 꽉 차있을텐데 내가 거기에 몇킬로그램 되는 스트레스를
더 넣어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 남편은 식사 후 반찬 정리, 식탁 정리, 화장실 청소는 해주던 사람이었다.
그치만 그 외에 분리수거, 쓰레기버리기, 청소, 빨래 등은 나의 몫이었다.
난 내가 더 많은 집안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불평을 갖지 않았다.
집에서 일하고 있었고 일의 양도 많지 않았고 몸도 남편보다 덜 피곤하다.
예전엔 설거지를 좀 해주길 바랐는데
자진해서 설거지를 해주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이상하게 목이 턱 막히고 짠하다.
아니면 남편이 집안일의 순기능을 알게된 것 아닐까?
청소나 설거지 등 단순작업을 하면
잡생각은 잊게 되고 마음이 평온한 상태가 된다.
이런 효과를 남편도 겪었던 것 아닐까
미안함에 대신 설거지를 하는 것보다 이런 이유로 설거지를 한다면야 내 마음이 놓일 것 같다.
비가 많이 온다
괜히 차분해지고 센치해지는 날이다
오늘은 내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