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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월 Aug 20. 2018

혼자하는 첫 운전의 아늑함

초보운전딱지를 붙여도 괜찮아요

나의 면허는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년전 겨울, 

잠시 회사를 그만두었을때 

얼른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해서 기능과 16시간의 도로주행을 마치고 

84점이라는 점수로 한번에 합격했던 그때 그날 이후로 나의 운전경력은

두세번인가... 남자친구(현 남편)차를 두세번 주행해본게 다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운전대를 못잡은지가 3년이 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도 차라는것이 필요해졌고

수원까지 내려가 핑크색 스파크를 한대 데려오게 되었다. 

엔진속이 얼마나 멀쩡한지는 모르겠지만

차량외부에 기스나 스크래치가 없고, 타이어는 새것이었고, 브레이크밀림이 없던 

가격도 생각보다 괜찮았던 차였다.

다만 2011년식, 썬팅과 네비게이션, 블랙박스를 새로 해야했고

기본적으로 정비를 해야했다. 

11만키로를 달린 작은 스파크가 그렇게 나의 첫 차가 되었다. 



신호 기다리는 중 1초만에 찍고 휴대폰 보조석으로 던져버림...후덜덜....



나의 차가 생겼다니!

나는 마구 달리고 싶었다.

보통 겁이 많이 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나는 얼른 주행해보고 싶었다.

수원에 있는 중고차단지에서 우리집 인천까지 까짓거 내가 운전해보지 싶었으나

겁없는 아줌마가 일낼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탁송비를 들여 데려오고

각종 정비와 부품교체로 100만원이 들었다.  

이럴거면 새차를.... 살걸....하기엔 요즘 스파크 새차가격이 많이 올라 만족하고

그렇게 옆에 남편을 태우고 여기저기 도로주행을 다녔다.

물론 뒤에 A4용지로 출력한 글씨포인트 80정도 되는 '초보운전'을 붙이고 말이다.




"초보운전딱지, 붙여야하는가 말아야하는가?"

붙이라고 하고 싶다. 

요즘 흔히들 파는 예쁜 글씨체의 스티커말고

진지한 궁서체로 큼지막하게 쓴 '초보운전' 종이를 붙이는걸 추천한다. 

'초보운전이라고 붙이고 다니면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2주를 그렇게 다녀본 결과 무시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뒤에서 빵빵거리지않아 좋고, 알아서 피해가서 좋다. 

요즘 마트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예쁜 디자인의 스티커들도 많으나

'진짜 초보인가?'라는 의심을 살만한 여지가 있는 것 같다. 

A4용지에 초보운전이라고 프린트된 종이를 붙이고 다녀야 진정한 초보라고 생각하지않나 싶다. 

난 그 종이를 차밖에 붙여서 바람을 맞고 비를 맞아 누래질때까지 붙이고 다녔다. 

친정엄마가 보고 너무 창피하다하셨지만 안전을 위해 어쩔수 없는일이었다..






어느날, 남편이 혼자 사무실까지 운전해서 올수 있겠냐는 전화가 왔다.

엄청 긴장됬지만 나의 스타일대로 안전운전하며 갈수있겠구나싶어서 신이났다.

사무실까지는 12KM정도... 30분정도의 거리다. 

이미 길은 몇번 연습해서 익혀두었고

라디오는 작게 켜두고 기록적인 첫 운행을 마쳤다.

주차까지 완벽하게!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내 뒤뒤에 남편차가 나를 따라붙고 있었다.

혼자 운전 잘하나 못하나 감시차원에 그랬던 것 같지만

남편차는 위에 툴레자전거캐리어를 달고있어 누가봐도 티가난다.




"재밌네, 운전"

옆에 남편이 없으니 이상하게 운전이 너무 잘된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네비도 흘끗흘끗 잘보고

우측사이드미러도 잘보고 차선변경도 부드럽게 잘한다.

정비를 마친 나의 핑크스파크는 예전보다 더 부드럽게 쌩쌩나가는데

언젠가 한번 시화티라이트휴게소까지 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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