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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월 Nov 08. 2018

결혼 후 긴 공백을 깬 첫 월급

스치듯 안녕이었지만 다음엔 더 길게 만나요 월급님..

어서 와요
곧 떠나겠지만
잠시나마 즐거웠어요
잘 가세요
하지만 다음엔
좀 오래오래 머물다가요
난 매일 손꼽아 기다려
한달에 한번 그댈 보는 날
가난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워줘
눈 깜짝하면 사라지지만
-스텔라장 '월급은 통장을 스칠뿐'


결혼하고 3년 7개월만에 직장에 나가 월급을 받았다. 그간 외벌이 아닌 외벌이(?)로 지내오면서

나도 경제력을 갖고 싶다, 나도 일을 하고 통장에 찍힌 월급을 보며 뿌듯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때가 많았다.

남편이랑 다툼이라도 하게되면 괜한 자격지심이 생겨 싸움이 더 커지기도 했고 

사고싶은 물건도 남편의 동의를 구하고 눈치를 보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는데 

남편은 그럴 필요없다며 사고싶으면 사라고 말해주곤 했지만 마음이 영 편치 않던 나날들이었다. 

가계경제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알바라도 하고 싶었지만 사업자대표로 묶여있어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에 전공을 살려 운좋게 취업을 하게되고 아이없는기혼녀를 쿨하게 받아준 회사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출근'이라는 걸 하게되었다. 그리고 통장에 처음으로 찍힌 월급. 한달을 꽉 채우지 못해서 

생각보다 금액이 많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남편과 맛있다는 돈까스&쌀국수집에 들러 저녁을 먹었는데 나만 만족했던 식사였던 것 같아서 마음이 개운하지는 않은 것이 함정...



같이 일하는 과장님도 첫 월급이었다. 

과장님이 나보다 3일정도 먼저 들어오셨는데 이번에 빼빼로데이때 빼빼로와 함께 지폐를 세로로 말아 

남편에게 선물할것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좋은 아이디어같다고 생각하여 바로 실천에 옮기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벌써부터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사실 그간 뺴뺴로데이,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같은 나날들을 잊고 지냈었다. 

어차피 네돈이 내돈, 내돈이 네돈이었던 우리부부는 챙겨야할 날들도 많은데

00데이까지 챙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서운하지도 않았고 차라리 마음이 편했는데 

그런 마음이 드는것도 다 '돈'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가끔은 작은 초콜렛, 빼빼로를 사고 좋아하는 꽃도 한송이씩 사면서 

각박한 세상속 로망을 실현하는 결혼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지난 3년 7개월간 출근의 공백동안 한 사람이 경제력을 갖는다는 것은 돈을번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하고, 자신감을 갖기도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기도 하다.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하고 '하루하루를 좀더 알차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하기도 하니 자본주의시대에 '돈'을 번다는 것은 참 필수적인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월급날이 껴있는 이번주는 참 시간이 더디간다. 

다음 월급날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저축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대출도 갚아주는 이 '월급'의 노예로 자진해서 다시 돌아왔다.

언젠가는 월급의 노예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오늘도 출근했음에 감사하는 역설적인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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