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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 Oct 30. 2019

더봄센터를 위한 연재를 시작하며

새로운 개념의 토탈 반려동물 보호복지센터

심심할 때 끄적거려고 만들어 둔 브런치였는데, 몸담고 있는 조직과 곧 문을 열게 될 더봄센터를 위하여 쓰게 되었습니다. 이 연재는 카라 더봄센터를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동물단체에서 일하는 저의 경험을 나누기 위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ZERO


뉴스에서 간간히 나오는 동물학대 사건 말고도, 동물들은 정말 기막히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많이 학대당합니다.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밤을 지새울 정도로요. 차에 개를 매달고 도로를 달린다거나 타인의 반려동물이나 길고양이를 분풀이로 죽인다거나… 종(種)을 가리지 않는 학대 상황들, 셀 수도 없이 잔인하고 몰인정한 사건들을 가만 들여다보자면 발밑이 새까맣게 다 부서져 내리는 기분입니다. 비인간동물에 대한 앎과 이해, 배려는 거의 0에 수렴하는 현실은 막막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활동가들은 매일같이 동물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납니다. 동물을 쓰다듬고, 돌보고, 바라보고,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거나 아파하기도 하고요. 사랑에는 이유가 없고 우리는 그들을 사랑해서 이 조직에 몸을 담았습니다.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의 관계성, 그리고 이 사회에 우리가 어떤 구조로 치밀하게 얽혀 있는지를 매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 복잡한 관계 속에서 생명을 살게 하고 불합리한 체계를 전복하는 것, 동물권을 바로세우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일입니다. 




가장 가까운 동물권 이슈, 유기동물     


지자체 보호소의 숱한 안락사와 자연사, 사설보호소의 난립은 카라의 활동가들이 고민하고 있는 오래 된 난제 중 하나입니다. 유기동물은 공식적으로 한 해 10만 마리가 넘게 발생해 지자체 보호소에 들어가고, 그 중 절반은 죽은 목숨입니다. 관리가 잘 안 되는 사설보호소는 또 어떻구요. 개들이 서로를 물어 죽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지 않아 자체 번식을 거듭하면서 야생화 되어 입양에서 점점 멀어지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진짜 보호소’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물을 위한 센터가 있어야 한다. 유기동물을 구조해서 제대로 보호하고, 교육하고, 책임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간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공고기한 후의 살처분도 없고 따뜻하고 건강한 돌봄이 있는 곳, 동물의 집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2016년, 우리는 동물의 구조와 입양, 교육과 시민 참여까지 가능한 보호복지센터의 건립을 결정했습니다. 바로 더봄센터입니다. 동물돌봄과 입양문화 확산의 거점이 될 곳, 동물복지에 대한 국가적인 기준을 상향평준화 시킬 구체적인 모델이 될 곳입니다. 지금 더봄센터는 기초공사를 끝내고 동물들이 지낼 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2020년, 곧 우리 사회에 더봄센터가 찾아옵니다.


2019년 9월에 촬영한 카라 더봄센터 공사현장. 푸른 산 아래 착실히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ONE


늘 한 번만 더, 한 마리만 더… 간절한 마음으로 생명을 살려왔습니다. 이번의 ‘한 번’은 더봄센터의 건립이 될 것입니다. 사실 더봄센터가 생긴다고 해서 단번에 10만 마리의 유기동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간이 가지는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공간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거듭해서 회자 될 때 생명력을 얻고 어떤 상징이 됩니다.


더봄센터 조감도. 서클형의 아름다운 설계는 자연과 동물, 인간의 선순환을 상징한다.
견사 내부 이미지. 개들은 깨끗하고 청결한 방을 배정받아 보호된다.
견사는 외부 공간으로도 이어진다. 실내에서 실외로 나와 햇볕을 쬐고 바람을 느낄 수 있다.
견사의 벽에는 각 개체의 성격, 건강상태, 입소일 등을 쓴 개체관리카드가 붙는다.
묘사는 수직공간을 최대한 살려 설계되었다.
사람과 함께하는 데 적응해야 할 고양이들이 숨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내부에서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통해, 외부에서는 경사로를 통해 옥상정원에 올라올 수 있다.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하는 개들과 휠체어에 탄 사람을 위한 경사로다.
옥상정원에서 개들은 사람과 함께 걷는 법을 연습한다.
옥상정원은 아름다운 조경이 함께한다.
외부에서 보는 더봄센터의 모습
더봄센터의 입구에는 '기부자의 벽'이 세워진다.

우리는 더봄센터가 누구나 ‘유기동물 입양’을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곳이 될 것이고, 더불어 그것으로 한국 보호소의 수준과 동물권이 상향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더봄센터의 활동은 유기동물 입양문화를 활성화하고 동물생산업과 판매업을 강력히 규제할 수 있는 핵심이 되어줄 것입니다.


독일에는 티어하임이 있다면, 한국에는 더봄센터가.



더봄센터 건립을 위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없는(0) 지금에서부터 한 걸음 더(1), Zero to One Project를 시작합니다. 목적은 더봄센터를 무사히 건립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딱 10억이 더 필요합니다. 크다면 크고, 모을 수 있다면 충분히 모을 수 있는 돈입니다. 수많은 동물을 살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한다면 꽤 괜찮습니다. 문제는 카라에 그만한 돈이 없다는 사실이지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에 더봄센터를 위한 글이 연재됩니다. 우리가 겪는 사건들과 문제의식을 알리고, 이슈에 공감하는 여러분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십시일반으로 10억을 모은다는 생각이 참 순진무구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언제나 타자와 연대함으로서 많은 일을 해왔는걸요. 손을 내밀면 기적은 종종 찾아왔고, 불가능한 꿈이 아니기에 여러분의 손길을 요청합니다. 우리 다음 주 수요일에 만나요!




더봄센터 후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벽돌 후원 https://www.ekara.org/report/notice/read/12138

일반 후원 https://paju.ekara.org/


동물권행동 카라

우리는 꼬박 17년이 된 동물단체입니다. 지하 단칸방에서 상근활동가 1명으로 시작한 조직은 지금 입양카페 아름품, 동물도서관, 동물병원, 사무국으로 몸집을 키웠습니다. 40여 명에 달하는 활동가들의 집단지성과 헌신으로 한국에서 이름 있는 단체로 손꼽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카라에서 2년을 일한 활동가입니다 :)


활동

법제도, 정책, 교육, 구조와 보호, 입양, 캠페인, 문화프로그램, 아카이빙 등등 카라는 다양한 영역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해야 전체적으로 동물권이 증진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활동은 홈페이지(www.ekara.org) 및 각종 SNS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비영리단체

정부지원금 없이 오직 회원님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됩니다. 카라는 동물단체로서는 유일하게 비영리 투명성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단체입니다(한국가이드스타 2015, 2017). 후원금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돈인지 알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자린고비 정신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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